매거진 better life

온고지신(溫故知新)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부모님 말씀 안 듣고 우산 안 가지고 학교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은 일, 아이스크림 그만 먹으라고 타박을 받으면서도 지나치게 먹어대다가 배탈에 걸리거나 온 따숩게 입고 가라고 조언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얇게 입고 갔다고 감기에 걸린 일, 학생때는 외모에 신경쓰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진심어린 부모님의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게을리했다가 어른이 되어서 깊이 후회하고 자식을 낳아서는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는 일, 삶의 현장에서 선배들이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꼰대취급하면서 그 말의 의미를 취사선택하지 않는 일, 세상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며 뚜벅뚜벅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을 들으면서도 '한탕주의'에 빠져 후회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 등 우리는 옛것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치부하며 현재, 내일에만 치중하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 것을 익혀 새 것을 배운다는 말이다. 실로 우리는 부모님으로부터, 선배들로부터, 옛 것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말인가. 그들은 구시대적이고 아웃 오브 데이트해서 그들의 말은 '소리'에 불과한 것인가. 나이가 들면서 "옛 말 하나 그른 것이 없다"는 격언이 삶에서 아주 충실하게 적용되고 있고, 우리는 옛 것에 대해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깨우침을 깨우쳐간다. 아날로그는 디지털 앞에서 무용하지 않다. 오히려 디지털이 줄 수 없는 매력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역사를 공부하는 일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변화의 속도에 민감해 하면서 옛 것을 뒤돌아보는 여유를 상실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빨리 이동하기 위해 만든 자동차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더 느려졌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도 나의 어머니가 나한테 하는 말들, "술 좀 적게 먹어라!", "담배 좀 끊어라!" 등의 말씀을 하면 어련히 하는 말이거니 하고 한 귀에서 한 귀로 흘려 보낸다. 그런데, 변호사이기 때문에 술자리가 많고, 스트레스가 많으니 담배 끊어야 하고, 절주 내지 금주의 당위성은 스스로 각인하고 있으면서도 쉽게 되지 않는 걸 어쩌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니, 나 역시 옛 것을 잔소리로 값어치없는 것으로 여기는 일에 대해 습성이 든 것이다. 무척이나 중요한 것인데 말이다.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고 몸에 해로운 일을 지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옛 사람이 보기에 염려와 걱정, 그리고 관심과 사랑에 기초해 말로서 해 주면 감사히 여기기는 커녕 지독히도 지나치게 무시해 버린다.


"너도 너같은 자식 낳아서 길러 봐라!", "너도 너같은 후배만나서 일 해 봐라!" 등등. 우리가 옛 것이 되어봐야 진정으로 옛 것이 하나 그르침이 없음을 깨닫게 된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 때 알았더라면". 후회는 계속 밀려들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들에 대해 소리를 내어 보아야 옛 것으로 치부되고 마니 자업자득이 삶의 연쇄적 순환일 뿐이다.


우리는 너무 옛 것을 현대적이지 못 하다고 무시해 버리면서 살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될수록 이런 경향은 더 심화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실패하고 주저앉았을 때 무슨 생각이 최우선적으로 드냐하면 바로 "말 좀 들을 걸"이다. "그 때 그 짓을 하지 말 걸" 등등이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 해도 늦은 법. 후회를 보다 적고 얕게 하기 위해서는 옛 것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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