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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인간, 아빠는 왜 검색해도 안 나와?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 검색을 넘어 판단적 사고를 하는 인공지능


얼마전 프로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경기를 해서 4:1로 인공지능이 승리를 거두었다. 인공지능은 '딥러닝'이라는 기술에 의해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거나 사고를 할 때 뇌의 활동과 그 패턴을 전자화하여 프로그래밍한다고 한다.


체스 등은 이미 인공지능에게 챔피언의 자리를 내어 준 지 오래고 바둑만큼은 인공지능이 '아직은' 인간을 넘어설 수 없다는 편견을 무너뜨린 결과를 우리는 숨죽이며 지켜보았다.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바둑의 오묘함과 수순의 변화, 패싸움, 치중, 유불리에 따라 기사들의 심리적 변화에 의한 패착, 초읽기의 숨갚음 등이 인공지능에 있어서는 장점만이 프로그램되어 패착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 사색하는 시간보다 검색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구별지어지는 단 하나의 이유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작용이 인간의 고유 특성이 아니게 되었다. 바둑의 경우 인공지능이 사람을 이기려면 20여년 정도의 세월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기사를 접한지가 몇 년이 채 안 되었는데, 이같은 기술적 발전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막연한 두려움도 든다. 점점 사색하는 시간보다 검색하는데 시간을 더 쓰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점차 검색의 도구로 인간이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생각하기 때문에 고로 인간'이라고 말한 데카르트의 명언은 사실과 맞지 않게 되어 가고 있다. '검색하기 때문에 고로 인간이다'로 변경되어야 할까.

# '아빠'는 왜 네이버, 다음에서 검색해도 안 나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인물정보 등록을 하면 성명을 기입했을 때, 포털에 해당 성명의 주인에 대한 정보가 노출된다. 영업적 목적이든, 해당 인물이 유명해서이든 검색이 되는 성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성명이 있다.


지인의 아들이 지인에게 물었다고 한다. "아빠는 왜 네이버에서 이름이 안 나와?". 이미 컴퓨터, 스마트폰에 어릴적부터 익숙해진 지금의 아이들은 아버지가 검색해도 노출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의문이 가는 모양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궁금한 사항이 발생하면 사색을 하거나 어른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책이나 사전, 백과사전 등을 찾기 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각종 포털에서 검색을 한다. 궁금증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생략된다. 검색이 편하다. 그리고,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해답보다 검색해서 얻은 정보가 더 정확할 수 있다.


아빠라는 존재는 과거에는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척척 주고, 무엇이든 뚝딱 해내고 힘도 세고 해서 어린 아들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존재로 커다랗게 보였던 존재였지만, 이제는 검색해서 노출되지 않으면 무언가 부정확하고 공식적이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 척척박사, 걸어다니는 사전


예전에는 주변에서 무엇이든 물어보면 곧잘 답을 내놓는 사람을 가리켜, '척척박사', '걸어다니는 사전'이라는 표현을 붙여 그를 칭송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런 말을 사람에게는 거의 쓰지 않는다. 누구나 검색을 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지식을 머리에 담아두기 위한 노력을 하기 보다는 '어디에' 필요한 정보가 있는지를 알면 된다.


'know-how'에서 'know-where'로 변화된지 오래다. 뇌에 정보와 지식을 담아두는 노력을 하는 것은 고리타분한 것이 되어 버렸다.


# 노모포비아


노모포비아란,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가 없을 때 초조해하거나 불안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 말로, ‘노 모바일폰 포비아(Nomobile-phone phobia)’의 줄임말이다. 휴대전화를 수시로 만지작거리거나 손에서 떨어진 상태로 5분도 채 견디지 못한다면 노모포비아 증후군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하루를 살면서 검색해야 할 일들이, 검색해야 할 정보들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직장동료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식당을 가서 자리를 잡으면 일단 메뉴를 고른 뒤 거의 모두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어 본다. 대화가 없다. 대화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검색과 스마트폰 페이지 이동은 동시에 이루어진다.


부지런히 머리에 각종 정보와 지식을 담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가리켜 예전에는 '공부벌레'라고 별명을 붙였었는데, 이를 가리켜 '북-포비아', 책중독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 하는 사람과 그 현상에 대해서는 '증상'이라는 말을 붙인다.


그 이유는, 책에 빠져 사는 것은 사고작용이 수반되지만, 검색에 빠지는 것은 사고작용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연산과 사고는 이제 인공지능에게 위임하고, 인간은 검색기능만을 담당하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갑'과 '을'의 관계로 따지자면 검색하라는 명령을 하기 때문에 인간이 '갑'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는 있겠지만, 단순한 기능을 담당하는 존재는 언젠가는 역사에서 도태되어 소멸될 수 있다.


가급적 검색시간을 줄이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의도적이라도 마련하는 노력을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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