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삶은 상당한 변화를 겪었고 앞으로도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적 어려움, 특정 직업, 특정 산업의 파산, 양극화, 인플레이션 등 기존의 경제원리, 정치원리로 눈 앞의 현실과 미래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다.
하지만, 가장 힘들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간 불화를 겪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방역조치로 인해 우리의 인간관계가 가족과 가족 이외의 사람으로 구분지어 졌고, 가족 중 무촌인 부부, 1촌(직계존속, 직계비속) 초과의 친척들과도 얼굴 맞대고 대화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야말로 동거가족 중심의 생활이 주된 삶이 되어 버린 셈이다. 친구, 각종 모임, 행사 등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개최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 중심으로 집에서의 삶과 관계가 매우 중요해졌다. 본래 가족이란 소중한 것이었지만 외적 요인으로 가족관계와 생활이 더욱 중요하게 된 셈이다.
그런데, 부부간 불화가 있거나 자녀들과 불화가 있거나 부모님과 불화가 있는 경우라면 가족중심의, 거주장소 중심의 이 피치못할 상황이 곤혹스러울 수 있다. 밖으로 나돌며 집에 체류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던 시기에는 가족과의 대면기회, 대면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겠지만, 현재, 그리고 얼마간의 미래까지 이전과 달리 동거가족과 맞닥드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평소 가족관계를 중시하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온 사람에게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서 긍정적 상황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반면, 가족과 소원하였거나 어떤 계기로 관계가 서먹해진후 이를 무시하거나 방치해 온 경우 증가된 가족중심의 생활 시간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친구가 최고네, 동료가 최고네"하며 베스트프렌드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고 살았을지라도 끝까지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관계는 가족뿐이다. 이 부분은 겪어봐야 알게 된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여지껏 가족관계가 원만했다면 더욱 소중하게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고, 소원했거나 불화가 있었다면 이 문제를 가족들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야지 불편과 고통으로 여기면 힘들어진다.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자가 되더라도 숨겨줄 사람은 가족 밖에 없다. 친구나 다른 관계자도 그럴 수 있다고 반문하겠지만, 가족은 범인도피죄, 범인은닉죄를 저질러도 법에 의해 처벌되지 않는 것을 보더라도 그 의미를 오래전부터 중요하게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