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기업회생, 파산, M&A 등의 업무를 하다보니 기업의 존재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증에 빠진다. 기업은 자본가 VS 노동자의 대립구도였던 시대도 있었고, 상생의 구도가 되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도 있어서 기업의 문화나 기본가치의 정립과 표방이 때때로 변화해 왔다. 하지만, 기업의 궁극적 존재이유와 목적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지금의 법인, 기업은 대부분 주식회사 형태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주주의 개념이 존재하고 자기자본만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타인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주주는 필요하다.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로 1인 주주 형태가 많고 특수관계인들간 주식을 배분받아 결국 1인 주주 형태의 기업이 되거나 과점주주가 지배하는 형태의 기업들이 많다. 물론,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주식의 거래가 빈번해서 주주가 수시로 변경되지만 증자나 감자가 있지 않는 한 발행주식의 총수는 변화가 없으니 주주명의만 변경될 뿐, 기업이 이익배당을 해야 하는 주주 전체 집단과의 관계에 있어서 변화는 없다.
기업이 실적이 좋으면 당연히 주주들에게 이익배당을 해야 한다. 그러면, 기업이 보유하게 되는 현금은 감소한다. 이익배당을 하지 않거나 짜게 하면 주주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향후 자본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기업이 실적이 좋으면 보통 규모를 늘린다. 사업분야를 늘린다.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사업분야가 확대되면 주주들에게 PT하기에 모양새는 좋다. 주주들도 더 큰 이익을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면 기업 자체가 보유한 현금은 매우 부족하게 된다. 특히, 기업이 보유현금과 부채를 이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되면 현금사정은 일응 악화되기 마련이다.
기업이 이익배당을 하지 않거나 적게 배당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는 것이 결국 주주의 이익증가로 결론나야 한다. 단지 기업의 외관이 커지고 내실이 감소하면 결국 주주의 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CEO들은 주주들에게 이익배당을 최대한으로 하기 보다 기업의 성장(특히, 외적 성장), 성과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주주 이익의 최대값에 이르는 경영을 하지 않게 된다.
주주들은 기업의 배당가능이익 전부를 기준으로 배당을 받지 못 하게 되는데, 여기에 대해 이의가 있는 사람은 주식을 팔아치울 것이고, 기업이 제시하는 규모의 경제에 입맛당기면 적은 배당에 대해 이의하지 않고 이익실현을 미래로 연기하게 된다.
기업이 이룬 실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주주나 투자자들은 더 투자하는 게 옳아 보인다. 기업이 자기 주식을 매입하는 이유는, 주식가치가 오를 복안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경향이 드러나면 기존 주주나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 들여야 한다.
기업이 보유현금으로 배당을 줄이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 경영자가 성장가능성에 대한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활동을 해야 하는데, 이익의 극대화가 실적 좋을 때, 배당가능이익 전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배당이익의 합계가 배당가능이익 전부에 미달하더라도 기업이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배당을 하지 않거나 줄일 경우도 있는데, 주주들은 눈을 부릅뜨고 기업이 그같은 일을 하는 이유를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