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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Feb 06. 2023

[다이어트] 상대가 저질이면 자신도 저질이 된다

일상의 변론

상대가 저질적인 태도, 저질 자체로 나오면 비례하여 스스로도 저질화되거나 저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저질적 언행은 인식된 순간 이를 무시하더라도 내면에 분노가 쌓이고 이에 맞대응하게 되면 자신도 최소한 동량, 동질의 저질적 반응, 저질 자체가 되어버린다. 다만, 후련한 기운도 느끼겠지만 그 이후에 후회, 자괴가 밀려들 뿐이다. 저질스럽거나 저질 자체라고 평가한 상대와 동급의 인격이 되어 버리거나 한발 더 나아가 더 저질스럽고 더 짙은 저질 자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품격 고질의 존재를 유지한답시고 저질스럽거나 저질 자체의 상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무대응하는 것도 어딘가 석연찮다. 저질, 저질적 화살을 일방적으로 무시, 회피하기를 반복하면 그 화살을 제대로 맞은 듯한 감정과 사고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관망하는 제3자적 관중들이 자신에 대해 의도하지 않았던 평가를 품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저질적인 상대를 계몽시키려는 크고 작은 시도는 상대의 두텁고 높은 저질의 벽을 넘거나 꿰뚫을 수가 없다. 그런 상대를 계몽시키고자 했던 생각 자체가 한낱 꿈에 불과하다. 한 인간을 개별적으로 구성하고 총체적으로 표현하는 인성이나 인격에 대한 평가는 매우 설득력있는 증거에 의하더라도 그 인간의 실재를 들어맞게 설명할 수 없다. 한 인간은 누군가의 평가 이전에 제 멋대로 스스로에 의해 규정지워져 있고 그 구체적인 개념에 따라 세상을 보고 타인을 평가하는 것이 옳다는 100% 믿음과 확신의 총화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응대는 매우 곤혹스럽다. 방치하면 그 저질이 옳은 것으로, 대응하면 동급 저질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깊이나 인격의 함량이 저질인 사람일수록 그 사람은 저돌적이고 돈키호테적인데, 시쳇말로 '또라이'인데 이런 상대를 그저 순리에 맞기려니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대응하려니 동위의 레벨로 취급받을 수 있는 위험성이 도사린다. 세상의 운영논리가 아리송한 것이 악하고 나쁘며 저질스러운 것은 쉽게 감염되거나 전파되지만, 선하고 좋으며 고질인 것은 전염성이 매우 낮다.


이 지점에서 상대가 저질이면 스스로도 저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저 상대가 저질이라는 평가의 순간으로 거슬러 가닿아 측은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시간과 계기가 중요한데 상대가 저질스럽거나 저질 그 자체임을 다수가 깨닫는 순간까지 감내하면서 인내하는 수밖에 없다. 상대는 결코 교육효과가 발휘되지 않는 공고한 정신세계에서 홀로 잔다르크적 망상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저질적 존재의 망상은 그것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선민적인 것이기 때문에 타인이 입을 상해에 대해서는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저질적 존재는 '똥'으로 취급되기도 하는데, 회피가 상책이고 교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경험적으로 터득한 경험이 그러하다.


저질스럽거나 저질 자체의 사람을 상대해서 스스로 저질화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매우 가상하나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말을 섞고 감정의 편린을 몇차례 교환하다 보면 맞상대 역할이 어느새 저질화되어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사전에 평소에 저질적 존재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고 가까스로 그를 멀리해야 한다. 우연한 기회에 저질과 맞닥드리게 된다면 저질의 강한 전파력을 고려하여 백일하에 저질 자체가 드러날 때까지 회피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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