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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r 21. 2023

[다이어트] 범죄자의 정신

일상의 변론

자유과 금지부터 시작된다. 자유는 모두가 동의한 허락된 결정과 행위, 금지는 모두가 또는 신, 권력 등이 어떠한 행위와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한 자유의 한계이다. 태초에는 자유가 100%였으나, 금지규정 하나를 위배함으로써 자유의 배척점에 금지가 발생하였고, 때문에 범죄라는 개념이 실재적으로 발생하게 되었다.


문명, 문화, 인지수준, 인식범위 등이 보다 구체화되지 못 했던 시기에 범죄는 자유의 제한이거나 소멸을 의미하였다. 단순히 부자유를 강제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범죄한 자에 대해 폭행, 폭력, 감금 등으로 신체를 대상으로 해서 벌함으로써 해당 개인에게는 물론, 공동체의 의식 속에 무엇이 범죄이며, 범죄의 결과가 어떻게 귀결되는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보여 주어왔던 것이 역사적 증명이다.


범죄한 자가, 유한한 자유의 범주를 이탈한 자가, 금지를 위반한 자가 우선적으로 신체, 육체적 고통을 받음으로써 죄의 댓가를 치루는 그런 개념 속에서 범죄에 대해 한계적 인식과 대응을 보여주던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사실 아담이 땀흘려 일하지 아니하면 소실을 얻지 못 하고, 이브가 산고를 겪기 이전에 그들이 범죄하면서 일차적으로 겪은 최초의 경험은 벌거벗어서 성기가 드러나는 수치에 대한 고통이었다. 자유적 한계적 범위의 이탈과 금지의 위반의 결과는 우선적으로 정신적 수치심으로 처벌의 순서가 실행되었던 것이다.


범죄자의 신체에 대한 폭력, 폭행, 감금 등도 중요한 것이지만 범죄자의 정신에 대해 관심과 고민을 가지게 된 것은 불과 몇백년의 타임루프에 불과하다. 인문학, 심리학, 과학, 의학 등이 발전하면서 정신에 대한 구분(정상과 비정상, 분별능력의 충족과 결핍 등)이 추상적이나마 구체화되었다.


범죄한 자가 고의로 죄를 범하였는지, 실수로 범하였는지 구분하게 되었고, 범죄한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구별할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에 대해서 추상적 구체화가 점차 시도되었다. 그래서, 미친 연놈들이 한 짓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아니하고 격리와 치료를 하게 되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자가 무엇을 인지하고 인식하며 사고하겠는가. 그러한 의미에서 범죄에 대한 처벌은 범죄자 신체 이외의 것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인간에게서 신체를 빼면 영혼, 정신만이 남는다. 범죄자의 정신은 A를 살해하고 싶다는 욕망과 욕구, 그 원인, 그리고 어떻게 A를 죽일 것인지, 그렇게 함으로써 실제 A가 죽음을 맞이하였는지, 그 후 A의 신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 구분될 수 있고, 이러한 것들에 대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살인자라고 규정짓고 처벌할 수 있다는 규범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누가 누구를 죽였다면 묻고 따지지 않고 동일한 죽음으로 처벌하던지, 평생을 노예로 살게 하던지, 그 수준에 이르는 제재를 마땅히 실행했던 역사와 달리 지금은 정당한 이유, 부득이한 정당성, 공격과 방어의 비례와 균형 등 복잡하게 고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범죄자의 정신은 그런 식으로 신체보다 더 중요한 연구, 고찰, 평가, 검증, 감정의 대상이 되었다. 사회가 범죄자의 정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 가볍게 끝낼 수 있는 일을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운 작업을 필수적으로 하도록 만들었다.


이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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