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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pr 18. 2023

[다이어트] 범죄자의 정신 #3 공동의 적

일상의 변론

무리를 지어 살기 시작하기로 명시적, 묵시적 계약을 하면서 군집, 사회, 국가의 체제가 발생하였다. 우리는 공통된 합의 내지 다수의 합의에 대해 동의하였기 때문에 전체 사회 속에서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약속,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누군가는 그를 응징하여야 하고, 처벌하여야 하며 심각하게는 격리시켜야 한다. 계약은 질서를 의미하고 질서는 다수의 평온을 위해 필요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범죄자는 계약의 내용 중 금지와 금기를 위반한 자인데, 사회질서를 교란하고 다수를 흥분시키며 공연하고 평온한 분위기를 파괴한다. 범죄자의 정신은 그것이 확정적이든 과실이든 계약위반에 대한 의도와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범죄자는 그렇지 않은 다수의 대척점에 있는 자이며, 사회의 적, 공동의 적이다.


그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실재, 그러한 처벌행위를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정당하여야 하며, 그 힘은 합의점에서 도출된 것이어야 한다. 범죄자의 처벌은 권력의 발생을, 권력의 행사를 세트로 필요로 한다. 범죄자보다 약한 권력은 결코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다. 그리고, 범죄자의 정신 또한 처벌권을 행사하는 권력에 순종하거나 저항하더라도 불가하다는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범죄자의 정신이나 육체가 처벌의 객체가 되는 것에 순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개인을 상대로 범죄할 수도 있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물건에 대해 범죄할 수도 있으며, 국가나 권력자에 대해 범죄할 수도 있다. 범죄자의 정신이 잡스러운 수준에서 다소 고매한 수준으로 스펙트럼이 다양한다. 범죄자의 정신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독하기 어렵기 때문에 범죄자의 행위, 그 결과를 놓고 범죄자의 정신을 추정하는 것으로 범죄자에 대한 처벌수위를 정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범죄자의 처벌에 대해 크게 부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범죄자가 공동의 적, 공공의 적이며 합의 내지 계약을 위반하였기 때문이라는 점에 대한 비범죄자의 인식과 공통된 정서 때문이다. 다만, 범죄자와 처벌 주체간에는 힘의 균형이 상당히 상실되어 있기 때문에 범죄자의 정신과 행위의 결과간의 비례성, 균형성이 상실된 채 양자간의 관계가 설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실재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범죄자의 정신에 대해 정확한 판독을 할 수 없음을 자인했다. 그런데, 범죄자의 구체적인 인지, 사고, 감정, 인식에 대해 외관상 드러난 행위, 결과를 토대로 마음껏 추정해서 범죄자의 정신이 도저히 상식에 도달하지 않으며 도덕에 미치지 못한다고 단정해 버린다. 물론, 역으로 범죄자의 정신이 생각보다 더 멀리 추악한 지점까지 가 있을 수 있다.


범죄자의 정신이 왜곡되지 않는 한 계약위반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 처벌가능성에 대한 예견, 그리고 자주적 죄책감의 유무 등으로 추정되어야 마땅한데, 그것이 온전히 실현되는 경우는 현실에서 보기 드물다.


때로는 격하게, 때로는 유순하게 범죄자의 정신에 대해 유동적 기준이 들어서는데 있어서 범죄자의 신분, 권력, 부와 지위 등 정신과는 아무 관계없는 것들이 범죄자의 정신의 총량과 질을 결정짓게 된다. 이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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