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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14. 2024

말과 글

일상의 변론

말을 잘 하는 것이 쉬울까, 글을 쓰는 것이 쉬울까. 반대로 어느 것이 어려울까. 우리는 말 잘 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글을 읽어내는 인내와 지적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호감을 사게 된다. 

나는 변호사로서 말을 잘 하기보다 글을 잘 써야 한다. 그 이유는 말은 기록으로 전부 기억되지 않지만, 글은 판결문 등에 기록되어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도감 있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 유혹된다. 재판을 하더라도 의뢰인이 우리 변호사는 말을 왜 이렇게 못 할까 라는 불만을 뿜어낸다. 하지만, 나는 승소를 가늠한다. 왜냐하면, 글로 정제하여 사연과 주장을 잘 정리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상대방 변호사보다. 


결국, 승패가 있는 소송에서 승리는 나에게, 내 의뢰인에게 귀결된다. 그런 결과가 현출되어야 의뢰인은 나에게 품었던 의구심을 떨치고 나에게 감사한다. 말은 너무나 쉽게 뱉어지는 것이고, 글은 숨을 골라 뱉어지는 표현방법 중 하나이다. 


나는 그닥 말을 못하는 변호사가 아니지만, 쇼를 싫어한다. 현란한 말로써 의뢰인, 상대방, 판사를 기망하고 싶지 않다. 나는 글로써 그들을 설득하고 싶다. 하지만, 인내가 필요하다. 글의 효과는 글을 읽어낸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섞인 나의 말은 세련미가 없다. 하지만, 나의 글은 중후하다고 평가한다. 의뢰인들의 감각적인 만족을 위해 나는 말을 내뱉기를 삼가한다. 그것은 승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내와 절제를 가지고 정제된 글로써 나는 의뢰인의 사연과 주장을 표현하는데 힘과 정력을 쏟는다. 


바야흐로 속도가 중요한 세상에서 나는 느린 것의 가치를 삶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때로는 그것이 돈의 속성에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것은 가치이다. 가치를 위해 순간적인 돈의 유입에 대한 유혹을 나는 견뎌낸다. 그리고, 그것이 장기적 안목에서 볼 때 서로에게 유익함을 안다. 


나의 글은 칼이고 방패이다. 언젠가 아름답고 감각적인 글을 쓰고 싶다. 지금은 현실과의 타협 때문에 돈이 되는 글을 적고 있지만, 돈이 벌리지 않더라도 그냥 순진한 글을 쓰고 싶다. 내가 만족하면 족하다. 하지만, 누군가 만족한다면 더욱 족할 것이다. 


내가 지쳐 누워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그냥 내 옆에 누워 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며 에너지가 가입된 사람의 손길보다 가끔은 그냥 내 옆에 누워 가만히 있어주는 그런 사람이 위안이 된다. 그런 사람은 친구다. 애인이다. 그런 사람이 오히려 나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는 주는 적극적 요인이다. 


나에게 무엇이 보다 나은 가치이며 무엇을 더 하는 것이 가치이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치라고 말하는 사람은 분명 일부분 가치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냥 내 자신을 그 자체로 지긋이 바라봐 주는 그런 이가 있다면 그것이 더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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