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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05. 2016

어린이날, 세상에 이렇게 어린이가 많다니!

윤소평변호사

어린이날이라 집에 있을 수 없다는 강박관념과 다른 부모들에 뒤질세라 한참을 검색해서 의왕 왕송호수에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렸다.


주차할 곳은 없고, 사람은 '개구리 운동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분비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어린이가 있고, 그에 따라 부모 2명,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가 섞여 나들이를 해서  통상 4 ~ 5명씩 만명이상이 이곳에 일시에 모여 있었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포기하고 있고, 국내 출산율이 OECD 가입국가 중 최저라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어린이가 있다는 걸 보니 기사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날 수 있겠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의 로드매니져로 전락했다. 일단, 돗자리 가방, 물티슈 등 여러 비품을 담은 가방, 자전거 또는 킥보드, 양손과 두 어깨에는 짐 하나씩이 악세사리처럼 들려있다.


어린이날이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아이스크림, 사탕, 마이쭈  등 케라멜)에 대해 제한적 허락을 하지 않고, 전부 허락해 준다. 어린이날이기 때문에 다소 말을 잘 듣지 않더라도 모두 용서해 주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아이들도 어린이날이라는 개념을 어슴프레 아는 것인지 오늘은 특히 더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일쑤고, 방금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사실을 잊어먹고 또 사달라고 보챈다. 부모들이 보기에는 평소보다 말을 더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저기서


'누구야! 그러면 안 돼',

'누구야, 자꾸 이럴거야!',

'자꾸 이럴거면 장난감 도로 갖다준다'


등 반문과 설득, 그리고 약간의 협박 등의 표현이 쏟아진다.


우리 돗자리 옆, 엄마는 아이에게


"오늘 어린이날이까 너랑 말하는거야, 평소같았으면 엄마 너랑 말 안해"


라고 말을 한다. 압권이다.


요집 엄마는 평소에 아이들이 말을 잘 안들으면 엄마가 몸소 말문을 닫아 버리는 모양이다. 그러면, 아이들이, 엄마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그런 시스템의 교육방식을 가진 모양이다.


아무튼 인산인해로 레일바이크 탑승권은 이미 매진되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 한 채 귀가해야 했다. 다행히 철도축제가 진행중이어서 여러 가지 체험(도자기 만들기, 가면만들기, 초 만들기 등)을 두루 하나씩은 했다. 몇가지 수버니어를 얻어서 돌아왔다.


다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곯아떨어져 쎄근거리며 자고 있다. 하지만, 로드매니져는 무사히 귀가할 때까지, 아이들을 다 씻길 때까지 임무가 완료된 것이 아니다.


어린이날, 아이들이 즐거워 하는 것을 보면서 행복을 찾는 어른들. 직장생활로 피로가 누적되어 있으면서도 로드매니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우리 부모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자신에게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피곤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고, 육체적 피로보다는 아이들이 기뻐하는 모습에서 얻어지는 만족과 행복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으면서 오늘 하루에 대한 정리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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