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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05. 2016

저소득 전문직

윤소평변호사

의사, 변호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등 전문직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직업군에 속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급여 소득자들이 보았을 때는 여전히 좋아보일 수 있겠지만, 이들의 속사정은 그렇지가 않다.


예전같지 않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삶!


어느 날 후배녀석이 간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형! 요새 사업은 잘 되요?"

"뭐, 그냥 굶지는 않고~~"

"아, 요새 사건이 없어서 죽을 맛이에요"

"다들 똑같지 뭐~~"

"이건 고소득 전문직이 아니라, 저소득 전문직이에요"

"아~~"


이런 저런 얘기로 통화를 끊고 나니 그 녀석이 내게 했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저소득 전문직'.


27살때 SK에 최종 합격을 했지만, 입사를 포기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기로 결심을 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이 아니라, 두려움반, 설레임반의 10월의 어느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2000년 초반에는 IMF를 벗어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여서 '명예퇴직', '사오정(45세에 퇴직당한다고 해서 당시에는 이런 용어들이 난무했다)' 등의 유행어가 떠돌정도로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정년을 기약할 수 없는 그런 불안한 시절이었다.


고시공부를 하면서 운좋게 합격해서 변호사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또한 만만치가 않다. 로스쿨의 도입으로 엄청난 수의 변호사가 해마다 쏟아져 나오고 있고, 사건의 단가는 떨어지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기존 변호사들의 시장가치가 변호사 배출수의 증가만큼 떨어졌다.


의뢰인들 중에는 약사, 한의사, 성형외과 원장, 치과의사 등등 다양한 전문직들이 있는데, 이들이 '페이'로 근무할 때 급여를 보면, 300만원 내지 400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더 좋은 처우를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의뢰인의 경우에는 이 정도 수준이었다. 대기업에서 대리 말호봉, 과장보다 못 한 수준이고, 업무의 스트레스는 기업의 같은 또래에 비해 적지않다.


감소된 소득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시선과 선입견은 '그래도 전문직이 낫지'라는 것이다. 생각 끝에 그런 선입견의 이유는, 정년이 없다는 것 뿐이다. 아주 길고 가늘게 직업을 유지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문직의 장점과 강점이 무엇인가. 전문적인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그 지식과 경험을 돈을 지급받고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이 적어지다 보니 생계유지에 급급하게 되고, 전문적 지식에 깊이를 더 하거나 범위를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마련이 어려워 지고 있다. 단적으로 공부를 할 시간적, 비용적 여유가 없어지고 있다. 그럴 시간에 한명이라도 더 잠재적 의뢰인을 발굴해 내야 한다.


선량한 다수와 불량하고도 힘 있는 소수!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만든다고 일부 법조인들이 수백억에 달하는 수임료를 받은 일로 나라와 민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직 종사자들은 선량하다고 자부한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할수만 있다면 고소득 전문직이라고 불리우고 싶다. 점점 생활이 빠듯해지고 있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보니 후배가 말한 '저소득 전문직'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심란하게 와 닿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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