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1970년대 조선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세계 2위의 조선업 강국이 되었고, 중국에 1위를 내어주는 2012년까지 40년 이상을 세계 1위의 조선업 강국자리를 지켜왔다.
조선업이 불황을 겪고, 구조조정에 이르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로 밝혀지고 있다. 유가의 변동, 경쟁국가의 등장, 해양 플랜트 사업으로의 무리한 확장, 내부적인 문제, 수주계약상의 문제 등 전문가들이 다양한 원인을 분석하고 세밀한 의견을 내 놓고 있다.
그러나, 거꾸러진 조선업계를 지켜보는 일반인으로서 나의 견해는 다르다.
우리나라가 조선기술에서 한 수 위였던 일본을 앞지를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이 마구잡이로 우리나라에 아웃소싱을 하면서부터였다. 인건비를 절감한다는 이유로, 자재비를 절감한다는 이유로 일본은 우리나라에 무분별하게 하청을 주었고, 모방에 귀재인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많은 기술을 터득해 급기야 직접 건조해야 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현에 옮기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정치적 세력까지 기업의 활동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도 한 몫 했다.
중국이 우리나라를 앞질러 조선강국 1위로 등극하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이 행한 것처럼 마구잡이로 하청을 주었고, 그로인해 기술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인건비 절감, 자재비 절감의 이유도 일본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답습하여 왔다는 점에서 닮았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 자체 보유 값싼 철강 등을 내세워 직접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수심이 얕고 수심의 변동이 심한 우리나라보다 안정적으로 건조를 할 수 있고, 항구를 내 줄 수 있는 지리적 위치까지 갖추고 있다.
굳이 부산항을 거쳐서 물류를 육지에 내 놓을 이유가 없게 된 것이다. 어차피 중국시장을 겨냥한 수출품을 한국을 거쳐 선적비를 지급해 가면서 이중으로 운송시킬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직접 중국에 물류를 내려놓고, 내다 팔면 더 이익이 되어 버린 것이다.
사업의 성공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기술과 지식에 있을 것이다. 개발과 축적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의 영업이익을 위해 허울좋게는 아웃소싱, 경박하게는 하청을 분별없이 내 주다 보니 오랜기간 축적해 온 기술과 지식이 유출되는 것이고, 급기야는 하청업국에 잡아 먹히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기술과 지식이 언젠가는 공유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 공유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눈 앞의 작은 이익이다. 기술과 지식의 효용기간을 최대한 장기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출을 막아야 한다. 국내 기업의 연구원들이 일정기간 국내에서 일하다가 퇴사하면서 중국 기업으로 취업하는 등의 작태도 심각하게 방지해야 한다. 개인이나 기업은 국경에 대한 구별보다 이익에 눈이 멀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