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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22. 2016

생활의 달인

윤소평변호사

달인(達人)이란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같은 정의를 응용하면 생활의 달인이란 생활에 통달하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널리 생활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을 의미한다.  


생활의 달인으로 제보되어 출연된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미남미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상이 참 좋다는 점이다. '달인으로 출연할 정도니까 그 직역에서 이름깨나 떨쳤을 것이고, 돈도 좀 벌었겠지, 그러니 인상 구길 일이 있을까'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달인 중에는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병든 노모를 모시거나, 배우자가 아프거나, 자녀가 아프거나 사업을 크게 하다가 파산하였거나, 본인에게 지병이 있었거나 등등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어려움을 하나씩을 가지고 살면서도 좋은 인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인이 말하는 비결에도 공통점이 있다. 성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주 소재 김밥집을 운영하는 할머니 달인은 "성실하면 굶을 일이 없어"라고 인터뷰에 짧은 말을 남겼다. 음식과 관련한 달인들은 대부분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준비를 하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여름휴가 등을 가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즐겁게 말한다. "오랜 세월 연구해 온 비법이라 공개하면 안되는데". 레시피에 대한 자부심에서인지, 진실로 영업비밀이어서 이런 멘트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통적인 멘트인 것은 분명하다.


기네스북에 등재될만한 행위를 해서 달인이라고 인정받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생업과 관련한 달인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생각하고 연구를 한다는 점이다. 화투 그림의 프린트가 잘못되는 것을 고르든지, 1회용 라이터 불량품을 고르든지, 세차를 하던지, 아무리 단순한 작업이라고 하더라도 더 잘 할 수 있는 방법,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작업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연구한다는 점이다. 너무 단순하고 단조로운 업무라 금방 식상해서 그만둘 것 같은 일들을 하면서 어떻게 저런 생각을 품을 수 있는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고 반성하도록 만든다.



달인들이 보여주는 또 다른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투철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거에요?" PD의 물음에 "글쎄요, 아마 죽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요"가 달인의 답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지겨움을 느끼고, 좀 더 편하면서도 더 많이 벌 수 있는 곳으로 몸을 옮기고 싶은 것이 사람의 기본 성품일 것인데, 달인은 우리네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생활의 달인을 보고 나면, 명치 끝에서부터 머리로 무언가 뜨끈한 것이 흐르는 느낌을 받는다. 달인처럼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성실하게 연구하고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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