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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24. 2016

변호사님! 뭔가 음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윤소평변호사

판사가 1명인 경우를 단독, 판사가 3명인 경우를 합의부라고 한다. 합의부의 경우에는 가운데 판사를 재판장, 재판장을 중심으로 우 배석판사, 좌 배석판사라고 부른다. 그리고, 해당 사건을 전담하여 심리하는 판사를 주심판사라고 한다.


재판은 재판장이 주도적으로 진행을 하고, 주심판사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당사자나 변호사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 경우, 질문을 하기도 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의뢰인이 재판장도 질문하고, 주심판사도 질문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거나, 우리측에 자료를 추가로 요청하거나 우리측 주장에 대해 법리적으로 확인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면서 이런 말을 한다.


"변호사님! 상대방과 판사가 무슨 음모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한테만 질문하고, 자료제출하라고 하고, 상대방한테는 아무런 질문도 요구도 하지 않았잖아요?"


의뢰인 중에는 이렇듯 재판과정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자신에게 불이익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져 음로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법부를, 상대방을, 나아가서는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를 믿지 못 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의뢰인의 주장이 법률상, 증거상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판사는 추가적인 법리주장과 입증자료를 요구하는 것 뿐이다. TV 법정드라마, 법정영화와 같이 음모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특히 민사소송에서는 그러한 일이 거의 없다.


일반론으로 돌아가서, 자신에게 상황이 불리하게 되거나 그런 조짐이 보이면 무언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앞서 음로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과거 행적과 기억의 오류를 점검하지 않고, 일단, 타인과 외부 환경에 대해 의심하고 불신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


나에게는 중대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은 사실 거의 그 일에 관심조차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은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중차대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에게는 관심조차 끌 수 없는 것이다.


이는 마치 헤어스타일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날이나,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날에도 남들에게는 똑같아 보이는 것과 같다. 그만큼 타인은 나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더구나 나를 해하려 음모를 꾸밀 생각조차 갖지 않는다.


매사 타인을 의심하고 불신하는 사람들은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일 경우가 많고, 상당부분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사실을 자기 임의대로 해석해서 왜곡된 기억을 가지고 생활하는 경우도 많다.


사실을 파악해 접근할수록 자기에게 책임이 지워질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손실을 보아야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되거나 특히,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왜곡된 기억 때문에 이를 인정하지 못 하는 경우, 외부상황과 타인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고, 음모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타인을 불신하게 된다.


각자 살아가기에도 빠듯한 지경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타인이 나에 대해 관심조차 줄 겨를이 없음에도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음모론부터 제기하는 습관은 지양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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