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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12. 2016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윤소평변호사

#1 인물


주인공 남자는 고교시절 자신을 괴롭히는 일진 영훈이라는 친구를 칼로 찔러 살해한다. 그리고 영훈이의 어머니는 주인공 남자를 표면적으로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하면서 주인공 남자에게 "나를 엄마라고 불러, 나를 엄마라고 생각해"라고 하면서 용서하듯 행동하지만, 사실은 집요하게 주인공 남자의 삶에 개입한다. 그리고, 주인공 남자를 사랑하는 주인공 여자가 등장한다.


#2 진행


주인공 남자는 살인죄로 9년을 복역하게 되고, 정신과 치료도 받는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항상 피해자의 어머니가 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남자가 이사를 하면 집주인에게 남자가 살인자라는 사실을 전하고, 남자는 살던 집에서 나와 새 집을 구해야 하는 고통을 반복적으로 겪는다.


남자가 취직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직장으로 연락해서 남자에게 살인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린다. 남자는 직장을 잃고 새 직장을 구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남자는 마지막으로 소설 한편을 작성해 모 출판사에 응모하게 되고, 출판사에 근무하는 고교동창인 주인공 여자를 만나게 된다. 남자와 여자는 만나고 대화하고 만난다.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남자도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를 괴롭히는 피해자의 어머니와 맞서 싸운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익명으로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남자가 응모한 작품이 표절이라는 등, 작자가 살인전과가 있다는 등의 말을 전한다. 겉으로는 남자를 용서하는 것처럼 행세하지만, 집요하게 남자의 행적을 좇고, 변경된 휴대전화 번호, 집주소를 알아내고, 남자의 집에 수시로 찾아들어 우편물을 수거해 가 남자의 이동경로, 행적 등을 파악한 뒤 집요하게 남자를 괴롭힌다.


#3 각자가 삶을 바라보는 방식


피해자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일진이 아니며, 남자의 살인행위가 정당방위에 가까운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기억하고 있는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기를 바란다. 그 방법은 오로지 남자를 통해서이다.


남자는 자신을 괴롭히던 영훈의 가혹행위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동기는 기억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살인행위는 기억하지 못 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피해자의 어머니로 인해서 또 다른 고통을 받게 된다.


여자는 남자의 과거를 알게 되고, 피해자의 어머니가 안겨주는 고통이 사람에게 가지는 의미를 이해한다. 그리고, 남자를 사랑한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안겨주는 고통으로부터 남자를 구해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다.


남자는 이러한 반복적인 고통으로부터 자신도 벗어나고 피해자의 어머니도 자유롭게 하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여자를 위한 배려도 포함된 선택을 하게 된다.


#4 독후


작가가 공대출신, 기자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소설의 구성이 참으로 특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읽기를 마친 후에도 이야기의 구성이 특이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게 되었다.


삶은 일정한 패턴과 양식을 가지고 있고, 기억하는 데에도 그에 따르게 되어 있다. 패턴을 바꿀 수는 없고, 다만, 여러 패턴 중 일정한 패턴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소재의 기원은 학교폭력, 일진, 가혹행위, 그리고, 살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패턴이 등장하고 사건을 사람에 따라 어떻게 수용하는지,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지, 일그러진 패턴은 수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 한다.


인간의 심리에 대해 다소 SF적인 요소에 따라 기술하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무엇보다 작가의 수상소감은 더욱 신선하다. '전업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한 후 전업주부가 되었다', '끝까지 싸워서 살아남겠다'는 등의 소감은 식상한 다른 소감보다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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