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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중일기#6 실패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1593년 3월 2일 정사. 종일 비.
순천(순천부사, 권준)의 배로 병세를 알아보게 했다. 그들에게서 원균의 비리를 들으니 깊이 탄식할 따름이다.
1593년 3월14일 정묘. 맑음.
선전관 박진종이 왔다. 선전관 영산령 예윤이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같이 왔는데, 피란중인 임금의 사정과 명나라 군사들의 하는 짓을 물어보니 참으로 통탄스럽다. 나도 또한 우수사(원균)의 배로 옮겨 타고 선전관과 이야기하며 수차례 술을 나누자, 원균이 와서 술주정을 부리는 것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배 안의 장병들이 분개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선전관 영산령이 취해 넘어져 정신을 못 차리니 우스웠다.
1593. 5월30일 계미. 종일 비
남해 기효근이 그 배 속에 어린 색시를 싣고서 남이 알까 봐 두려워 하니 가소롭다. 이같이 나라가 위급한 때를 당하고도 예쁜 색시를 태우기까지 하니 그 마음씀이야말로 이를 길이 없다. 그러나 그 대장인 원균이 역시 그러하니 어찌하랴.
1593. 6. 11. 갑오. 비가 오다 개다 하였다.
아침에 왜적을 토벌할 공문을 원균에게 보냈더니 술이 취하여 인사불성이므로 회답을 받지 못 했다.



원균이나 휘하 장수가 술에 취한 장면이 나타나는 대목은 여러 차례 반복 기재되어 있다.


임진왜란은 1592년에 발발하였고, 1593년은 이순신 장군이 몇차례 승리를 거둔 후라 왜군은 전면적으로 이순신 장군, 나아가 조선수군과 싸우려 하지 않는 기색을 보인다.


선조는 피난 중에 있고, 명나라에 원병을 청했으나, 명나라 군이 우리를 약탈하고 겁탈하기가 왜군 못지 않았다는 것을 장군의 회한과 분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일기 중에 '몸이 몹시 불편하여 온백원 4알을 먹었다'는 구절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 온백원은 허준이 저술한 동의보감에도 그 약효가 저술되어 있다고 한다. 온백원은 10여종의 약재를 갈아 만든 환약으로 만성위염, 소화불량, 황달, 신장염, 풍증 등에 효력이 있는 일종의 신경안정제이다.


이순신 장군이 아침 식사 전에 온백원 4알을 먹었다고 쓴 것을 보면 극도의 스트레스로 위염증상이 악화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왜군이 쳐들어 온 상황에서 지원군마저 약탈을 일삼고, 임금을 비롯한 지도부는 전란을 피하느라 지도력을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의 장수들이 술에 취하기가 일수이고, 여색을 놓지 않는 상황을 직접 목격하니 장군의 걱정과 압박감이 심각하였을 것임은 미루어 알 수 있다.


원균 또한 자주 술에 취하여 흥분하고 술주정을 부린 듯 하고, 특히, 본인 뿐 아니라 휘하 장수들의 여색을 탐하는 것에 대해 묵인하였으니 군기강은 오죽 하였을까.


장군이 파직된 후 원균은 왜군과 싸워 패전한다. 원균은 칠천량 해전에서 전사한다. 그리고, 달랑 12척의 배만 남겨둠으로써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 복귀를 가능케 하였다.


누군가는 지독한 고민을 하고, 속쓰림을 견뎌내며 세상을 직시하고 준비하는 가운데, 누군가는 신세타령을 하고, 음주와 색을 즐기는 등 말초적 즐거움에 일부라도 빠져 지낸다. 원균이 이순신 장군의 뒤를 이었으나, 패전한 데에는 그런 작은 이유들이 연속, 누적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패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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