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Any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소평변호사 Aug 17. 2016

화려한 수사(修辭)는 진심을 이기지 못한다

윤소평변호사

말을 수려하게 하거나 글을 화려하게 지어내는 사람을 보면 참으로 부럽다. 화술과 문장력이 뛰어난 사람을 보면 사람을 설득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동경하게 된다. 


서울생활을 오래 하였지만, 여전히 경상도 억양과 사투리적 표현이 묻어난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김없이 받는 질문이 "혹시 고향이 경상도?"이다. 


경상도의 억양과 말투는 무뚝뚝하고 시비조에 가깝다. 그래서,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타 지방사람들이 접하게 되면 '이 사람 화가 났나'라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조정이나 피해자에 대해 합의를 요구할 때, 불리하게 작용해서 의뢰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를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정말이지 '나 서울~말 자알 하죠오오~'처럼 최대한 공손한 어조로 조정이나 합의에 임한다. 하지만, 조정이 될 때도 있고, 불성립될 때도 있고, 피해자가 내 의뢰인에 대해 선처를 해 줄 때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이럴 때면 혹시 억양이나 말투 때문에 간곡한 심경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인지 조심스레 반문하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말솜씨나 글을 대하고 나면 그 순간에는 매료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표현방식이나 수사, 화법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핵심, 본질, 나아가 진심이 없는 글이나 강의, 연설은 그 화려한 포장 때문에 잠시 미화되었다가 본색을 읽히고 말게 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술과 수사가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진정성에 있을 것이다. 간곡한 심경과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정성이 담겨 있다면, 어떠한 방식의 글이나 표현도 도달하지 못 하는 동의와 설득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수사는 결코 진심을 이기지 못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문용어는 왜 어려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