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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Aug 30. 2016

고통과 고난을 참는 법

윤소평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있었던 실제 일이다. 


"30번 훈련병, 홍길동, 소변이 급해 화장실을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조교가 말한다.


"똥 마렵다고 생각하고 참아!"


동기 훈련병이 휴식시간이 아닌 교육중에 소변이 급해서 보고를 한 것이긴 했지만, 당시에는 이 일이 비인간적이고,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소변이 급한 사람에게 대변이 마렵다고 생각하고 소변이 마려운 통증을 참으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군대라는 특수한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이려니 하고 말았다. 그 훈련병은 정해진 휴식시간이 될 때까지 소변을 참아냈다. 


군에 다녀온지 20년이 지난 지금. 이 일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겪은 고통과 고난의 크기만큼 현재에 겪는, 미래에 겪을 고통과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생긴다. 


지금 겪고 있는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 보다 더 큰 고통과 고난을 생각하면서 현재의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라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과 고난은 과거 경험한 고통과 고난에 비하면 참을만 한 것이고, 금새 지난다는 생각을 가지라는 것이다. 


온실의 화초가 온실 밖에서 처음 맞이하는 가뭄과 폭우는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크고 절박한 고통과 고난이다.


고통과 고난을 겪은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고통과 고난이 다가왔을 때, 그 고통과 고난이 전부이고 가장 통증이 심하며, 가장 비참함을 느끼게 한다고 생각하고 절망에 빠지게 된다. 비교할 수 있는 과거의 고통과 고난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차례 고통과 고난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에게는 수시로 다가오는 고통과 고난이 견딜만한 것이고, 지나가는 것임을 알고 있다. 


고통과 고난은 바퀴벌레처럼 다가온다.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는 강물이 아니다. 숨을 쉬는 한 여러 시기에, 여러 모양으로 고통과 고난은 바퀴벌레처럼 슬며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고통과 고난이 후일 더 큰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도록 하는 일종의 백신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슬퍼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 


고통과 고난 뒤에는 반드시 그에 걸맞는 보상이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삶의 파도에 더 의연하게 버틸 수 있게 된 스스로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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