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갋을 깎지 않는다. 정가에 대한 신뢰도 있지만, 감액을 요구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도 하고, 낯이 팔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이나 영세해 보이는 상점에서는 값을 깎으려고 시도는 해 본다. 구매하지 않겠다고 엄포도 놓아 보기도 한다. 되든 안되든 요구는 해 본다.
저렴하게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서 제 값 이상의 성능과 서비스질을 얻었다면 그 경우에는 운이 좋은 것일 뿐이다. 값을 깎는 것이 최선의 구매행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감액당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바램하던 제 값을 받지 못 한 것에 대해 실망, 고객에 대한 다소의 원망이 자리잡는다. 감액당한 크기만큼 신경과 정성은 가지 않는다.
감액을 요구하는 순간, 상품과 서비스가 가진 가치 이상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은 그 고객에 대해 진상매김을 하기 시작한다.
사실 정가, 제 값으로 거래가 완료되면 상호간에 큰 불만이 없다. 오히려 상대방은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았기 때문에 응당 해야 할 상품의 제공과 서비스의 제공을 성실하게 하게 된다. 또한, 고객 역시 응당 요구하여야 할 요구를 당당히 할 수 있다.
감액을 당하면 100% 의욕을 전제했을 때 그보다는 낮은 비율의 의욕을 가지고 거래에 임하게 되어 있고, 거래가 단속적이지 않고 지속적인 경우에는 동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제 값은 업무에 책정된 가치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이 상대방이 가지는 자존감이고, 고객이 표시하는 업무에 대한 존엄성이다.
감액을 집요하게 요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 업무에 대해 낮은 존엄을 나타내는 것이고, 업무수행자에게는 낮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제값이상으로 대가를 치뤄 보면, 감액의 문제점에 대해 확연히 알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은 다른 일을 제쳐두고 그 고객의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신경과 정성을 기울인다. 이를 두고 상대방이 고객을 호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품은 최대한 하자가 없는 것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서비스는 오래도록 최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흥정을 잘 한다고 자랑을 늘어놓는 것은, 돌아서면 뒷담화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값을 깎지 말고 정당한 요구를 당당히 할 수 있도록 상대에게 높은 자존감을 불러일으키고, 업무에 높은 존엄성을 표해 스스로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