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내가 그 타인이 아닌 이상 그 사람의 진심을 100%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귀곡자 반응(反應)편에 보면 사람의 진심을 파악하는 법에 대해 소개되어 있다.
우선, 먼저 나의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상대의 뜻을 알아내기 위해서 경청을 해야 하고, 상대의 진심을 추정하기 위해서 비교대상을 설정해야 하고, 자기 자신을 알고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 자신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나의 상황,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남을 설득할 기준점을 설정해야 말에 힘이 실린다. 가끔 상대방에게 말을 꺼내면서도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의 의미가 진정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고서 하는 경우도 많다.
적벽대전을 치르기 전에 손권의 공신인 주유는 손권이 호전적이어서 화친이나 강화를 하지 않고 전쟁을 결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적벽대전의 명분과 승산에 대해 말한다. 손권의 재가가 필요했다. 제갈공명은 어떻게 해서든 유비를 적벽대전에 가담하게 함으로써 유비의 촉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손권을 끌어들일 목적이 있었다. 방통은 화공으로 조조를 공격하기 위해 연환계를 조조가 채택해 줄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이처럼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알고 뚜렷한 기준을 먼저 세워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손권은 내심 조조에게 굴복하기 싫어 전쟁을 결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주유와 제갈공명은 이를 염두해 두고 설득하였고, 방통은 조조가 자신의 병사들이 수전에 약하기 때문에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먼저 자기만의 기준을 설정해야 구체적인 설득방법이 마련된다.
# 경청해야 한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는 잘 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의 말을 열심히 들으면 상대방이 안심을 하게 되고, 진의를 알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의할 것은 임의로 상대방의 진의를 왜곡해서 진실로 경청하지 않는 경우이다. 경청함으로써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상대방이 무심결에 드러내는 진의를 살펴야 한다는 것이지, 자기가 만든 왜곡된 내용에 따라 들으라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내 말을 사람들이 경청해 주길 바라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는 상대방도 나에 대해 품는 같은 욕구이다. 경청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살피다 보면, 상대방은 말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이해심이 깊고 포용력이 넓은 사람으로 비치게 된다.
자기 주장만을 펼치게 되면 듣고 있는 상대방이 내 말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의 내심을 숨기고 내 말을 그저 흘려버리기 쉽다.
중국의 등소평은 회의때마다 별말을 하지 않아 모택동에게 모욕을 자주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어록을 보면, 열심히 듣고 있다가 한두가지 질문이나 화두를 던지는데 그 모두가 핵심을 찌르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는 그가 경청가 이었기 때문이고, 이를 통해 뛰어난 웅변가라는 평을 얻게 되었다.
# 상대의 분석, 자극 등을 통해 상대를 유도해야 한다
자기 상황파악, 기준설정, 그리고, 경청만으로 상대방의 진의를 추정하기에는 부족하다.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예를 들어 대화를 이끌 필요가 있다.
귀곡자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 상대를 유도하라고 가르친다. 상대방의 진의를 알 수 있는 비유와 상징이란 이미 일어난 일들을 예로 들어 상대의 반응을 살펴 진의를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상대에게 적절한 예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먼저 상대방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 한다. 상대방의 특성, 이력, 행동패턴 등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명분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실리적 접근은 진심을 파악해 내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그 반대의 경우 도덕적 접근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유는 조조와의 전쟁을 내심으로 결심한 손권에게 전쟁의 실리에 대해 설파하고, 제갈공명은 손권이 조조와 싸우면 질 것이 명백하다고 하면서 자존심을 건드려 손권이 사실은 전쟁에 뜻이 있음을 파악해 낸다. 방통은 조조가 자신의 병사와 말이 물에 적응하지 못 할 것을 염려하는 것을 알아채고 연환계를 조언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상대방의 이력을 잘 살핀 후 자신이 관철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 적절한 화법과 예를 들었다는 점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말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비밀을 말하면 외부에 전파될까 꺼려한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들어서 상대방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일방적인 것이기 때문에 진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의 주장이 관철되는 것으로 상대방의 진심을 거의 파악하였다고 볼 경우, 경청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을 유도하여 진의를 파악하고, 명확하게 정립된 나의 기준에 따라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