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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자리에서 기피대상 인물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이 글을 쓰면서 나는 회식자리에서 기피대상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기피대상인지 여부는 결국 술버릇과 깊은 관련이 있는 듯 하다.


#1


술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양과 해독능력이 달라 주취정도가 다르다. 그럼에도 술이 약하거나 술을 마실수 없는 사람에게 강권하는 사람은 부담이다. "마시지 않더라도 동참은 해야 하니 일단 받아!". 아까운 술을 왜 마시지도 못 하는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2


주간과 달리 술자리에서 가족처럼 대해주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남이냐!". 내일이 밝으면 다시금 사무적 관계로 모드전환이 예상되는데, 굳이 술자리에서 제2의 가족이라는 등 관계의 친밀성을 말로만 맺는 유형이다.


#3


알코올은 일정량을 섭취하면 측두엽을 마비시킨다. 측두엽은 단기기억을 관장한다. 때문에 필름이 끊기면 단시간 내에 벌어진 것을 기억하지 못 한다. 하지만, 장기 기억은 유지되기 때문에 술자리마다 해묵은 에피소드를 도돌이표가 붙은 것처럼 공연히 적시하는 유형이다. 그만 좀 했으면 좋겠는데, 윗사람이라 제대로 항변할 수도 없다.


#4

왕년의 에피소드를 무용담처럼 늘어놓으면서 지금 상황은 참으로 행복한 것이고 배부른 상황이라고 지속적으로 설파하는 사람이 있다. 긍정적 의미에서는 과거의 상황과 비교해 보았을 때 현재의 상황이란 참을만 한 것이라는 설득과 설교가 서려 있다. 하지만, 이들이 과거 얘기를 늘어놓는 심리기저에는 보상심리가 내재해 있다. 자신들은 현재의 우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을 해 왔기 때문에 자신들의 요구가 그리 부당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려한다.


#5


개별 인사에 대한 과오나 치부를 술기운을 빌려 폭로하는 사람이 있다. 표적이 된 사람은 이를 예상하지 못 해 죽을 맛인데, 마치 이번 기회에 모두에게 알려 비밀성을 소멸시키고, "다 잊고 마음 편하게 지내라"는 원치 않는 면죄부를 열어 제치는 사람이다. 다음날이 되면 당사자는 기억을 하지 못 할 뿐더러 자신의 언행이 술에 취해서 그런 것이니 신경쓰지 마라는 처방까지 해 준다. 술자리뿐만 아니라 가급적 업무적으로도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유형이다.


#6


가볍게 끝나는 술자리가 드물다. 때문에 2차, 3차로 자리가 옮겨지면 술과 피로에 의해 본능적으로 회귀본능이 작용한다. 둘러 보면 이 유형의 사람은 자리에 없다. 처음 도주(?)한 경우에는 잔존 인사들이 걱정 속에 그 소재를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이지만, 반복되면 또 귀가했거니 하게 된다. 갈 때 가더라도 말은 하고 가야지~~


#7


술이 합리적 이성에 의한 제어를 통제하기 시작하면 관계의 깊이와 친밀도를 떠나 고해성사를 하는 사람이 있다. 눈물도 곁들인다.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위로는 해 주는 척 하지만, 사실 부담이다. 그에게 있어 자신이 그같은 속내를 들어줄 정도로 친하지 않을 경우에는 어색하다. 마시던 술의 속도를 늦추게 된다.


#8


자기 주량에 이를 때까지 모든 참석인원을 파악하면서 귀가하지 못 하도록 구속하는 사람이 있다. 해당 자리에서 윗선일수록 그 사람의 구속과 결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비례해서 어려워진다. 수없이 시계를 들여다 보며 알람처럼 시각을 알려 주더라도 이 사람은 결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함께 하는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9


참석자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자기 신체에 대한 통제능력을 매번 상실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정신줄도 놓아 버린다. 적어도 참석자 중 누군가는 그 사람 신변의 안전과 귀가확인의 임무를 수행해야만 한다. "오늘은 적당히 마셔!". 경고 메세지를 반복해 주어도 심신을 타인에게 쉽게 맡기는 유형이다.


#10

시청각적인 면에서 혐오감을 주는 사람이 있다. 알코올 섭취량의 증가에 따라 청력이 감퇴하는 것인지, 목소리의 톤이 높아지고, 귀가 따가울 정도의 데시벨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체온이 그리도 급상승하는지 한꺼풀씩 옷을 벗어대는 사람이 있다.


술은 종류별로 알코올 수치가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음주자의 심리상태, 건강상태, 술자리의 성격, 대화의 종류와 내용, 당일 섭취량 등에 따라 평소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결국, 기피하던 타인의 모습이 자신에게서 발견될 수도 있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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