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에서 먹는 짜장면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대학시절 당구에 맛을 들여서 하루종일 당구장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데, 주로 짜장면을 배달시켜 먹었다. 한큐치고 한 젓가락의 짜장면 먹기를 반복하며 게임에서 지지 않기 않기 위해 한큐, 한큐에 정성을 쏟았다.


당구장에서 불편하게 먹는 짜장면은 다른 어떤 짜장면보다 맛이 좋았다. 짜장면의 본질적인 맛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분위기, 그리고, 오랜 당구시간으로 고갈된 체력에 기한 촐촐함, 게임에 대한 긴장감 등이 버무려져 그 어떤 짜장면보다 당구장에서의 짜장면이 가장 맛있는 것으로 각인된다.


궁합이라는 표현을 빌려야 할까. 아니면 분위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본질과 기능 자체보다 더 높은 점수를 매기는 경우는 해당 음식, 사람, 문화의 한 단편들이 특정한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감성과 서로 잘 어울린다는 경험적 지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기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자신이 가진 본질과 가치 이상으로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를 희망한다. 누구나 타인에게 자신을 좋은 이미지와 느낌으로 기억되도록 하고 싶다.


당구장에서의 짜장면과 같은 기억수준으로 타인에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시간적, 공간적, 심리적 요소들이 대부분 잘 어울려 지는 상황에서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자연스러워야 한다.


각자의 개성에 맞는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자기 표현은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타인으로부터 공감을 살 수 있지만, 시중에 떠도는 유명하고도 저명한 레시피에 따라 자기를 맞추는 것은 본인도 불편하고, 이를 지켜보는 타인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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