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A녀와 B녀는 7~8년간 이웃사촌으로 지내왔고, 계도 함께 들고 서로 자매처럼 지내면서 빈번한 돈거래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특별한 이유없이 서로의 관계가 틀어졌고, 급기야 서로 연락을 단절하게 되었다.
A는 B를 상대로 4,800만원의 대여금 청구를 제기했다. A가 B에게 빌려준 돈을 B가 갚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얼마후 B로부터 답변서가 제출되었다. B는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정산이 되었고, 자신이 A에게 지급한 돈이 더 많다면서 자기가 오히려 받을 돈이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두 사람의 다툼은 이제 7~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둘간의 있었던 금전거래를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 본인들도 어찌된 것인지 기억을 하지 못 한다. 그리고, 현금으로 지급한 사실도 있다면서 자신이 상대방에게 더 많은 주었다고 열을 올려 싸운다.
양쪽 모두 '그럴리가 없는데'하면서 서로 억울해 한다. 분명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명확하게 진실을 가리기란 어렵다.
'말로 한 약속은 그것을 적어 놓은 종이보다 가치가 없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처음보는 사람, 신뢰하기 힘든 관계에 있는 사람과 거래를 할 때, 좀더 명확해지는 경향이 있다. 영수증을 받거나 계약서를 쓰거나, 녹음을 하거나 계좌이체를 하거나 반드시 증빙관계를 만들어 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상대를 믿지 못 할수록 거래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데, 인적 관계가 돈독하고 친밀할수록 거래관계가 불투명하고 거래관계에 대한 증빙자료를 만들어 놓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남이냐!~'. 이런 식의 분위기는 거래를 투박하게 만들고, 그것이 미덕인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
하지만, 관계가 소원해지고 파탄에 이르게 되면 거래의 불투명을 이용하려는 일방과 그것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일방이 생기게 된다. 어쩌면 양쪽 모두 기억이 왜곡되서 서로 자기 입장에서만 사고를 하기 때문에 죄책감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믿을수록 관계는 불명확해진다. 특히 돈과 관련해서는 믿을수록 후일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을 신뢰하는 것과 거래의 명확성을 높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