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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면 생각나는 휴일에 했어야 할 일들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휴일을 마치고 출근해서 아직 가시지 않은 휴식 끝의 나른함과 멍멍함이 점차 쇄약해 질 무렵 불현듯 휴일에 했어야 했던, 계획했지만 하지 못 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운동, 독서, 영어공부, 대청소, 세차, 휴일 이전 근무기간에 생각해 두었던 하기로 했던 일들, 개인정비...


휴일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정당한 시간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선택의 결과로 인해서 비난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출근을 하고서야 비로서 미처 하지 못 했던 일들이 생각나는 이유는, 주관적으로 후회와 미련이 생기기 때문이다. 좀더 유의미한 일들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고 TV를 돌려보며 늘어져 잠을 자거나 식사를 거르거나 씻지 않고 휴일을 보냈다고 해서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휴식이란 지친 심신을 쉬게 하고, 리프레쉬라는 관점에서 효과가 있기만 하면 족한 것이다.


그런데, 유독 휴일을 마치고 시작되는 출근 시각으로부터 가까운 시점에서 했어야 하는 일들이 상기되고, 후회와 미련이 밀려드는 것일까.


휴식이 주는 효과가 적극적인 행위를 통해 추억될만한 것을 만들어야 발생하는 것이 아님에도 무언가 의미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작용하는 듯 하다.


# 망각


게다가 휴일이 시작되면 긴장이 이완되고, 업무기간 동안 계획했던 것들이 기억에서 일부 지워지기도 한다. 휴식이 업무처럼 전투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한몫한다.


# 시간낭비


휴일이 개시되면 평소에 기계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식사, 양치질, 세수, 샤워 등을 할 타이밍을 놓쳐 버린다. 그러던 중 무언가 생각해 두었던 일을 실천에 옮기려고 하면 이같은 일들을 하느라 시간이 흘러 버린다.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평소보다 행동이 참으로 느려진다는 것이다.


무너진 타임스케쥴 덕택에 유의미한 무언가를 시작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정작 남은 휴식시간은 예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린다. 어떤 경우에는 머릿 속으로 이같은 상상을 하면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시간이 늦어버렸다고 단념하기도 한다.


# 반복가능성


평소보다 지연된 일상생활의 시작 또는 관념적으로 단념해 버린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지 못 하더라도 휴일은 다시 찾아온다는 생각 때문에 이번 휴일에 실천하지 못한 계획을 다음 휴일로 이월시켜 버리는 결정을 손쉽게 하도록 만든다.


휴일이 마감되어갈 무렵 아쉬움와 서글픔,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면서도 미처 하지 못 한 것들이 출근 이후 상기되는 까닭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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