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은 사실을 알지 못 하는 아이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어떤 아이도 자신이 받은 사랑의 분량과 종류에 대해 순전히 알기는 어렵다. 아이가 사랑받을 때, 발달하지 못 한 지적 수준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부모의 태도 때문이다.


아이의 생존은 전적으로 부모에게 달려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삶의 대부분을 할애해서 생명유지가 가급적 편안한 상황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갖은 정성을 다 한다.


# 설명을 하지 않는 부모


하지만, 부모는 아이에 대한 사랑과 배려에 대해 많은 기회비용을 포기하고, 개인적 욕구충족을 유보하면서 대가의 바램없이 실시되고 있다는 설명을 생략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구체적인 설명은 구차하다고 여긴다.


부모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 아이에게 부모의 사랑과 배려는 당연히 누려야 할 우유배급과 같은 것이 되어 버린다. 달콤한 우유를 맛보는 것이 부모의 희생과 처절한 취득과정을 통해 이루어 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추상적으로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구체적인 깊이와 분량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기는 어렵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알아주기를 바라지만, 설명하지 않고서는 부모의 사랑을 인식하기란 연인 사이에서 알아서 대처해 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 내리사랑이라는 명제에 대한 무비판적 답습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편향적이고, 쌍방 교류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오랜 문화가 존재한다. 부모는 당연히 대가없이 아이를 위해 희생하여야 하고, 그것이 인지상정이며, 부모의 천륜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해 주면서 대가를 바라거나 답례를 바라는 부모는 어딘가 부족한 것처럼 치부된다. 자식은 결코 수지타산을 따질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요구하는 유일한 것은, 부모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자식이 부모의 도움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타인보다 편하게 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것이라고 공연하게 말한다. 자식은 이를 직독직해한다.


깊이 관찰해 보면, 부모가 바라는 것은, 내리사랑이라고 하더라도 부모가 아이를 충분히 사랑했고, 그 사실을 아이가 알아주기를 바라는데 있다. 무상으로 준 무언가에 대해 무상으로 반환받는데에 소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계산이 맞지 않는 사랑을 쏟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에 대해서도 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내리사랑이라는 것으로 푸념만 해서는 안된다.


# 슈퍼히어로가 되려는 허망한 바램


아이가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의 분량과 깊이를 전반적으로 인식하지 못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모 스스로가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부모는 특정 집단의 일원으로서 질책, 비난, 희롱의 대상이다. 물론, 어느 집단에서는 칭송을 받는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집단에서 칭송을 받는 존재는 아니다. 부모가 되어서도 그 관계는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부모는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부족하고, 순위에 있어 타인에게 뒤지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아이 앞에서는 완벽하고, 불가능한 것이 없는 존재처럼 행동한다. 마치 슈퍼히어로가 된 듯 아이와의 관계에서는 커다란 존재로 꾸민다.


아이는 부모를 더욱 신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부모를 위로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부모를 무시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


아이가 일정한 시점에 이르면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다. 부모가 명령하는 데로 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부모에게 생존을 전적으로 의지하던 그 시절과는 달라졌다고 아이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부모는 아이를 협박하기도 하고, 강압적인 수단을 통해 아이에게 명령어가 수렴되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어색함을 느낀다. 이전까지의 부모는 고분하고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들어주었는데, 돌연 부모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 사랑받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때에 맞는 수준의 대화를 통해 부모가 베풀고 있는 처우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부모의 소득수준과 가계의 형편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게다가 부모가 아이에게 전하고 있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반드시 아이가 답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부모도 아이에게 요구하고 바라는 것이 있으며, 그것이 정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사실은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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