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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진단서의 증명력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 사례


A는 2013. 11. 27. 부산 동구에 있는 오피스텔 1층 관리사무실에서 위 오피스텔 704호의 세입자였던 피해자(63세)와 보증금 반환 문제로 언쟁을 하던 중 피해자가 피고인의 앞을 가로막자, 비키라고 하면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상의 가슴 쪽 옷을 잡아당겨 옆으로 밀어 넘어뜨려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 염좌상을 입혔다.


그런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이 있은 날로부터 7개월이 다 된 2014. 6. 24. 피고인을 고소하였는데, 처음에는 고소할 생각이 없어서 △병원에서 치료만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았다가 고소를 하기 위해 뒤늦게 진단서를 발급받았다고 주장하였다.


상해진단서의 발행일은 이 사건 범행 다음 날인 2013. 11. 28.로 기재되어 있고, 이에 대해 △병원장은 ‘상해진단서가 2013. 11. 28. 이미 발급되어 있었으나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고 있다가 2014. 6. 19. 내원해서 발급받아 갔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피해자의 병명은 요추부 염좌로 수상일로부터 2주간 치료를 요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 법원의 판단(대법원 2016도15018)


1. 진료 담당의사는 ‘밀쳐서 다쳤고, 요추부 동통이 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방사선 촬영검사 결과 피해자의 요추부가 일자로 서 있는 것을 보고 위와 같은 내용의 상해진단서를 발급하였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방사선 촬영검사 결과 일자형 요추가 확인되기는 하였으나 퇴행성, 즉 노화의 흔적도 보였고 일자형 요추가 있다고 해서 바로 요추부 염좌라는 진단을 내릴 수 없지만 피해자가 요추부 동통을 호소하였기 때문에 요추부 염좌로 진단한 것이며, 동통은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확인할 수는 없으므로 환자가 호소하는 대로만 기록하고 환자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요추부 염좌 2주 진단은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하였다.


2. 피해자는 통증에 대하여 별다른 치료를 받은 바가 없고, 처방받은 약품도 구입하지 않았으며, 이후 다시 병원을 방문하거나 허리 부위와 관련하여 치료를 받은 사실은 없다.


[진단서의 증명력]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진단 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 변호사의 Tip


상해진단서는 그 발급에 허위가 개입되면 허위진단서 발급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와 정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범죄사실을 인정하는데 유력한 증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정한 경우 상해진단서는 통상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해서 발급되는 경우가 있고, 통상 2주 진단서 발급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해의 인정여부는 범죄구성요건의 인정 및 손해배상금을 정하는데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진단서가 발급된 상황에서는 좀처럼 상해가 부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위 사례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의 상해, 피해자의 진료경위 및 치료항목 등 여러 사정을 비추어 진단서가 형식적으로 발급되었다는 사정이 밝혀지는 경우에는 상해로 인정되지 않는다.


* 상담 1599-9462 / 카카오톡 ysp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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