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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찾아오는 우울함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거나 기대했던 것들이 실현되지 않거나 실연, 실직 등 삶에서 무언가를 상실하게 되면 우울감이 든다. 그런 우울감을 우울증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원인을 알 수 있고 그 원인이 제공하는 효력이 언젠가는 종료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우울감은 언젠가 벗어날 것이라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


지금 어디에 서 있는걸까. 그리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걸까


하지만, 바삭하고 고운 햇살이 내리는 날, 무언가를 잃지도 않았고 생활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현듯 우울감에 빠질 때가 있다. 방향을 잃은 느낌도 들고, 삶의 의미라는 것에 의문도 생기고 명치 끝에서부터 '울컥'거리는 꿈틀거림과 함께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다.

이런 우울감은 이유도 없고, 끝도 없이 늪에 빠져드는 것만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마침 단조의 음악이 흐른다면 우울감은 깊이를 더해간다.


왜 이러지?


이유없이 찾아오는 우울감의 원인을 애써 찾아보려 한다. 혹자는 스트레스, 수면부족, 소화불량 등 생물학적 요인 때문이라고 조언을 해 주면서 친절하게 처방도 해 준다. 운동, 가족생각, 친구들과의 대화, 취미생활 등 스트레스를 줄이고 재미를 더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라고 한다.

그냥 이유없이 우울할 뿐이다. 적극적인 무언가를 해 보라는 조언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한 처방을 몰라서가 아니다.


나의 일부


우울감에 빠진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나의 일부이다. 언제나 내 속에 있었던 감정이다. 세월이 지나 나이를 먹을수록 반복적으로 이유없는 우울감은 찾아 올 것이다. 적극적인 무언가를 한다고 해서 소멸될 감정도 아니다. 더 이상 우울감에 빠지지 않겠다는 다짐은 헛된 것이다. 순순히 인정하고 달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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