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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 Dec 16. 2023

파도와 암석의 대화

도시 스케치_미야자키

문득 가고 싶어지는 곳이 있다. 그렇다고 그 장소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런 생각이 들면서 실행에 옮겨지는 순간이 있다.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겨지지 않으면 그 장소는 한동안 잊히다가 시들해지는데 실행에 옮겨지면 여행은 다가올 현실이 된다. 그런 장소 중의 한 곳이 미야자키였다. 그때는 겨울이고 한해의 마지막주였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나는 한해의 마지막을 미야자키에서 보내기로 했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날이 너무 포근하고 따스해서 기분이 좋았다. 공항은 한적하고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따스했다. 다음날 나는 바닷가 쪽의 절에 가기 위해서 전철을 탔다. 작은 무인역에서 내려서 촌스러운 거리를 걸어서 바다를 따라 절에 갔다. 멀리 절까지 가는 길에 바다 옆으로는 모래사장이 아니라 암석이 펼쳐져있다. 암석들은 거대한 조각칼로 길게 파 놓은 것처럼 보였다. 


세로로 조각 기둥처럼 생긴 주살절리는 많이 보았다. 하지만 바닥에 가로로 패진 주상절리는 처음이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수많은 시간 동안 파도와 암석의 대화가 만들어 낸 그들만의 기록이었다. 수백 수천 년 동안 그들이 어떤 대화를 끝없이 나누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수백 수천 년의 시간도 상상할 수 없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된 대화의 기록이었다. 


연말이라서 그런지 절을 찾는 사람은 꽤 있었다. 바람은 내가 전날 공항에서 맞았던 바람이 아니었다. 몹시 차갑고 거칠었다. 간간히 이슬비도 내렸다. 나는 절을 한참 구경하고 다시 전철역으로 왔다. 절에 있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무인 전철역에는 나와 아기를 업고 있는 젊은 부인밖에 없었다. 날은 스산하고 역은 작고 점점 추워졌다. 


전철을 타고 시내로 와서 또 다른 절에 갔다. 일부러 한참을 걸어서 갔다. 다음날은 1월 1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는 무서울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절의 입구쯤에 반갑게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게 보였다. 사람들이 차를 대 놓고 뭔가를 사서 급히 나오는 게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떡을 파는 집이었다. 일본에서도 새해에는 떡을 먹는 것 같았다. 갑자기 집에서 떡국이나 먹고 있을걸 왜 이 여행을 시작했는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는 걸었다. 절은 아까 그 바닷가의 절보다 더 조용했다. 하지만 거닐기는 좋았다. 사람들 몇몇은 새해 소원을 비는 것 같았다.


절을 나오자 날은 어두워지기 직전이었다. 나는 전철을 타고 야구장에 갔다. 물론 야구장은 야구장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야구장을 들러서 또 거리를 걸었다. 내일은 새해인데 나는 왜 이러고 있고 왜 여기를 오려고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하긴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별 의미는 없는 거였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바다와 암석이 알 수 없는 대화를 기록하듯이 우리의 일상은 어딘가에 흔적이 남거나 사라지고 또 그냥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거였다.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함을 찾는 건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역에서 사람들을 한참 구경하다가 초밥을 먹고 호텔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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