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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 Sep 28. 2024

과거의 유전자

2.8-3.0

2.8

이 수현 경감은 김정훈의 둘째 아들 김윤의 존재에 대해 며칠 동안 의문을 품고 조사를 했다. 그러나 김윤에게 특이한 점은 없었다.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1급 시민이 청소년 시절에 사라져서 3급 지역의 허름한 술집에서 바텐더를 하고 있는 게 알아낸 사실의 전부였다. 그의 존재가 디엔에이 조사로 밝혀졌을 때 김정훈은 아들에게 어떤 연락도 취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수현 경감은 김윤의 존재가 궁금해서 그의 주변을 조사했다. 물론 그는 1급 시민이기에 바이오칩이 삽입되어 있지 않았다. 그가 중앙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한 물리적 공간이든 사이버 공간이든 그를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수현 경감의 윤이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씩 사그라들 무렵 그는 주클럽이 이상하다는 첩보를 받았다. 주클럽에 드나드는 3급 시민 중 일부의 뇌가 중독에서 벗어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술과 마약으로 중독이 심해져야 정상인데 반대의 패턴을 보이는 게 주클럽 때문인지 원인 규명은 되지 않았다. 또한 주클럽에 1급 시민들이 드나들고 있다는 것이다. 1급이나 2급 시민들이 3 구역을 드나들 수는 있고 범죄에만 연관되지 않으면 불법도 아니었다. 하지만 알코올이나 마약 또는 매춘을 직접 하러 가지 않아도 가상현실의 감정 체험을 통해서 그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었기에 굳이 3급 지역을 가는 사람은 없었다. 훨씬 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으므로 1급이나 2급 시민들이 출입은 자유롭지만 3 구역을 가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면 주클럽에 1급이나 2급의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은 특이한 일이 틀림없었다. 그는 의심스럽지만 일단 다른 많은 일 때문에 주클럽에 대한 의심도 접어 두기로 했다. 


“이 사람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써야 될 것 같은데.” 이 수현 경감이 제3 구역의 주클럽에 대해서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는 것을 보고 했을 때 그의 상사는 다시 하나의 파일을 그 앞에 보여줬다. “꽤 유명한 사람인데 최근에 사라졌어. 행방을 추적해서 보고해 줘.” 이 수현 경감은 자리로 돌아와서 그 유명인사가 누구인지 파일에 접속했다. 호미니드 대표 김준호라는 사람이었다. 언뜻 그 회사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의 인적 사항을 보면서 얼마 전 김정훈이 김윤의 디엔에이 검사를 의뢰했던 회사가 호미니드란 것을 기억해 냈다. 그곳에 김정훈의 첫째 아들 제이가 근무하고 있었다. 호미니드나 김준호 대표에 대해 제이에게 물어보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오랜만에 흥분이 되는 감정을 느꼈다. 사건 파일을 읽을수록 김준호란 사람은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사라진 곳이 병원이라는 것과 그가 뇌종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기록을 보니 자살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간혹 자신의 예상 수명보다 갑작스럽게 일찍 죽음이 다가 온 사람들이 흔히 일탈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호미니드란 회사가 성공적인 회사이고 커다란 명예를 어린 나이에 얻는 사람이라면 갑작스럽게 죽게 되는 것에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이 수현 경감은 준호에 대한 조사는 쉽게 끝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그의 주변에 그의 재산이나 연구에 대해서 어떤 분쟁도 없었고 그가 가족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부분 이런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가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죽는 경우가 있었다.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자신이 병에 걸리거나 아프면 무리에서 떨어져 숨는다. 무리들에게 자신의 약점이 노출되어 공격당하거나 버려지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외진 곳에서 혼자 외로이 죽음을 택한다. 그것이 그들의 본능이었다. 1급 시민인 인간은 물리적 죽음보다 무서워하는 것이 사회적 죽음이었다. 그리하여 1급 시민들 중 사회적 죽음을 감지하면 무리를 이탈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본능을 발휘할 때가 있었다. 이 수현 경감은 김 준호가 마지막으로 머물던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 사무실을 나왔다. 날씨는 맑고 화창했으나 이 수현 경감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2.9

제이는 유미와 함께 준호의 논문과 그의 연구 일지로 보이는 여러 가지 파일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결혼 이후에 그들이 유일하게 공통으로 관심을 갖고 함께 하기 시작한 일이었다. “우선 이 연구일지부터 날짜별로 읽기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이게 논문의 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참고자료는 영상이 가장 중요해 보이니 영상과 일지를 날짜에 맞춰서 같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유미의 제안에 제이는 별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일지나 영상자료가 아니라 준호가 참고자료로 사용한 여러 가지 논문들이었다. 주로 침팬지에 관한 연구사례였다. 그중에는 이제 너무나 일상적이 된 식물 유전자변형 논문들도 있었다. “최근 일 년 자료 위주로 보는 게 좋겠어요. 저는 참고자료를 먼저 볼게요. 특이한 점이 있어서.” 제이는 모니터에서 참고자료들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혹시 이런 식물 유전자변형과 관련한 과거 논문을 본 적 있나요?” 유미는 자신의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제이의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100년 가까이 된 논문이네요. 지금의 식물 체계가 몇 세대 전하고는 완전히 달랐을 테니 읽어보면 재미있겠네요 그러나 저자를 보니 유명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유미에게는 처음 보는 낯선 학자의 이름으로 된 논문이 보였다. “그런데 김준호라는 분은 굉장히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거나 엄청난 노력파인가 봐요. 혼자 다 봤다고 하기에는 참고 자료가 방대하네요. “ 유미가 느끼는 자료들의 양은 자신의 회사에서 연구팀 한 조가 움직이는 수준의 양이었다. 


제이는 준호가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 혼자 연구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가 천재였어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확신했다. 그것은 데이터의 양보다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는 구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다. 제이는 준호가 파일의 이름은 항상 날짜로부터 시작하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연구 폴더에 있는 여러 자료들의 파일은 날짜부터 시작하는 피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파일도 있었다. 준호가 그렇게 일관적이지 않게 파일을 관리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이메일이나 폴더에 접근한 사람들을 알아보면 그와 함께 연구한 사람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정보관리국에 고위직에게 의뢰하거나 비공식적으로 해커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모든 정보가 열려있고 기록되면서 더욱 중요시되는 것은 정보의 소유와 접근 권한이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의 모든 정보에 대해서 중앙관리국에서도  알아보거나 조사할 수 없었다. 특히 1급 시민일 경우는 그것이 그들의 자유에 대한 가장 중대한 보호 장치였다. 


제이는 직감적으로 준호의 파일에 접근한 사람이 누군지를 알아내는 일이 그 파일의 내용보다 더 확실한 준호의 행방에 대한 열쇠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이는 이것에 대해서 준호의 변호사와 상의해 보고 정보관리국에 의뢰를 할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준호의 성격에 그가 개인적으로 연구한 정보를 다 없애고자 했다면 다 없애고 사라 질 수 있었다. 그가 사라지려 한 의도는 충동적일 수도 있겠지만 변호사에게 회사 관련 미래 구도를 다 정리하여 준 것을 보면 계획된 일이기도 했다. 제이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준호가 자신이 무엇을 연구했는지 제이에게 자료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제이에게 자신을 찾아오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제이는 좀 더 준호의 자료를 확인해 보고 정보관리국에 그의 자료에 접근한 사람을 알아보는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오늘은 이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쓴 것 같아요. 저는 먼저 자야겠어요.” 유미는 어느새 책상에서 일어나서 방을 나갔다. 제이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여자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공감과 위로를 더 많이 하는 성은 여자이다.” 제이는 그녀의 뒤에 대고 유미를 불렀다. “유미 씨, 오늘 고마워요. 내가 할 일을 도와줘서. 잘 자요.” 유미는 제이의 말에 멈칫하고 뒤돌아 보았다. “네, 잘 자요.” 그녀의 제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제이는 그녀의 미소에 미소로 응답했다. 제이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미 제이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제이가 감정체험 치료를 떠 올리면서 그의 모니터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눈매가 좀 더 순해 보이고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그가 본 자신의 표정을 방금 했던 행동들과 함께 기록했다. 그는 이제 감정이 생기고 그리고 그것을 느끼고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필요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제이는 사랑에 대해서 결혼을 하기 전부터 여러 번 물었다. 그에게는 이제까지 사랑이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물리적으로 힘이 약하고 2세를 잉태해야 하는 여자는 남자보다 사랑이라는 본능을 더 갖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도 사랑의 감정이 이성만큼 풍부한 사람이었다. 물론 제이는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어머니가 자신에게 해준 것처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것을 무조건 내어 줘 본 적은 없었다. 그가 이성적으로 발달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주변에 그런 감정을 교류할 대상도 없었다. 그의 세대는 약물로 감정을 통제하며 자란 세대였다. 현재는 모든 1급 시민들이 약물을 통해서 감정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그런 면에서는 예외였다. 감정이 일어나기 전에 약물을 통해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일어난 후 그것을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제이는 언젠가부터 어머니처럼 감정이란 것을 느끼고 통제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제이는 준호가 남긴 여러 자료들을 보이는 데로 클릭하여 흩어보았다. 여러 가지 참고 논문자료는 일관성은 없어 보였다. 특이한 점은 준호가 제4 구역에 있는 침팬지 임상실험장에 생각보다 아주 많은 투자를 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의 호미니드에서 출시하여 노동 능력이 인정된 침팬지는 더 이상 임상 실험의 대상이 아니었다. 안정적으로 세대를 이어오고 있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다. 현재의 사역 침팬지를 조금씩 발전시키는 정도의 임상실험이라면 많은 투자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준호는 분명히 현재 생산하는 사역 침팬지가 아닌 차세대 침팬지의 임상 실험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했을 것이다. 제이는 준호가 남긴 방대한 파일을 클릭하면서 점점 준호가 구상하고 있는 차세대 침팬지에 대한 연구가 이 자료의 내용이란 걸 느끼고 있었다. 


3.0

윤이는 준호의 연구실에서 며칠을 보냈다. “오늘 저녁에는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박사님께서 하시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돌아가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며칠 더 있으면서 익숙해질 때까지 배아 편집 같은 것을 연습해 보는 것도 좋을 텐데요. 어차피 윤이 씨를 찾는 사람도 없잖아요.” 준호는 윤이와 함께 있고 싶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DNA를 편집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물론 대표님이 하시려는 일의 목적은 저도 동의하지만 방법은 아직 동의하지 않았으니 돌아가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미 인간은 이상적인 인간을 만들고 싶어서 오래전부터 노력했죠, 그게 생존 본능의 일부가 되었고. 지금 제가 하는 일도 어쩌면 그 방법만 다를 뿐 본능의 발현입니다. 다만 저는 우리의 조상들을 존중하고 싶어요. 그들의 장점을 뽑아내서 최대한 살리고 싶죠.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 왔는지를.”  


윤이는 묘하게 준호의 말들이 설득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정말로 뇌종양으로 몇 달 안에 죽는다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만약 좀 더 시간이 많다면 그와 더 논쟁을 하고 서로 절충되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영상자료들을 다 볼 수 있을까요?” 윤이는 준호가 갖고 있는 방대한 임상 실험의 자료들 파일을 검토해 보고 싶었다. “아시겠지만 이 자료는 용량이 커요. 모두 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면 볼 수 있어요. 단지 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때 흔적을 남기지 마세요, 물론 남겨도 내가 지울 거지만 실시간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적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기면 곤란할 수도 있어요. 물론 윤이 씨라면 그것조차도 흔적 없이 지을 수 있을 테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심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알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그런데 형보다 컴퓨터언어나 네트워크에 소질이 있나 보군요. 형은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유전자에만 관심 있었는데. 아버지를 닮은 건가요?” 윤이는 준호가 자신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그가 얼마나 치밀하고 천재적인 사람인지 알고 있었지만 왠지 허를 찔린 느낌이 들었다. “언제부터 저를 파악하게 되신 건가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알고 있는데 숨기신 것은 아니시겠죠?” “여기 연구소에 들어온 후 윤이 씨는 알게 모르게 당신의 유전자들이 많이 채취되었죠. 1급 시민 풀과 매칭해 보니 금방 나오더군요. 제이랑 많이 닮지는 않았네요.”


윤이는 새로운 것을 배우느라 자신이 잠시 방심한 사이에 준호가 자신의 신분을 확인한 것에 대해 조금은 불편함을 느꼈다. 하지만 윤이는 이미 너무 오래전에 떠나온 가족이라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과거의 자신과는 무심하게 지내고 있었다. 단지 그의 과거 신분을 준호가 알아낸 것이 자신의 치밀함에 허점을 들킨 것 같아 불편할 뿐이었다. “이미 오래전에 집을 나와서 부모님 얼굴도 잊어버렸는걸요. 저는 그냥 저 자신으로 만족합니다. 그리고 저에 대해서 다른 사람한테는 알려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알려진다 해도 별 다른 것은 없지만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 갖는 것을 싫어해서요.”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말아요. 그리고 나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목표하는 것을 위해서 서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고 돕는 게 우선이지요. 내가 당신의 유전자 검사를 해본 것은 혹시 우리를 방해하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의심에서였어요. 얼마 전에 주사장의 가게에 정보경찰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준호가 윤이를 잠시 의심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 정보경찰이라면 나도 압니다. 우리 가게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을 제가 구해줬는데 아마 그 사람은 살인자를 찾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사람은 뭔가 더 찾고 있을 수도 있어요. 저도 약간 주시하고 있으니 그분에 대해서 더 알게 되면 정보를 공유해 드리지요.”


준호는 윤이에게 실시간 외부 영상이 보이는 모니터가 달린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 보고 싶다는 영상들은 이 실시간 촬영 영상중 의미 있는 부분만 편집된 것입니다. 매일 24시간 촬영되는데 그중에 의미 있는 부분은 몇 분 정도예요.” 윤이는 연구소에 와서 한 번도 숲이나 들판이 보이는 영상 화면에서 어떤 의미 있는 영상을 본 적이 없었다. “저기 보이는 침팬지들이 서로 다른 종인가요?” “아시겠지만 우리가 노동력의 보조 수단으로 고용하는 침팬지들은 이미 수십 년간 길들여져서 로봇과 인간에 친화적입니다. 제가 개발한 종도 그렇고요. 그러나 저기 있는 침팬지들은 그들의 윗 세대예요. 저는 유전자를 역으로 추적해서 과거의 침팬지를 부활시켰고 거기에 새로운 유전자를 결합하려 합니다. 저들의 집단 성향이나 야생성과 호전성등은 기존의 침팬지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지요.” “흥미로운 일이네요. 과거의 유전자로 돌아간 침팬지라니.” “보시면 아시겠지만 우리가 그동안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점점 도태시켜 버렸던 감정들을 그들은 풍부하게 지녔습니다. 우리 자신에게서 얻을 수 없다면 침팬지에게서라도 얻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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