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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 Oct 03. 2023

상상력 폭발 끝

입맛의 성장_초콜릿

면세점에서 나를 두근거리게 만드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이다. 그들은 세계 어느 나라 공항을 가던 벽면을 가득 채우고 화려한 조명을 받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어떤 걸 데리고 갈까?' 나는 하나하나 자세히 본다. 모양도 가지각색이고 맛도 가지각색이다. 명품 초콜릿도 많다. 메이커마다 특성을 알아가면서 사 먹는 것도 재밌다. 

나는 카카오맛보다는 우유의 부드러움이 강한 스위스나 오스트리아 쪽 초콜릿을 좋아한다. 단맛을 강조한 미국 초콜릿도 좋아하지만 이건 한 두 개만 먹어야지 단맛이 강해서 입이 써진다. 평생 공항을 다니면서 사도 다 먹어보지 못할 정도로 전 세계 곳곳에서 초콜릿은 진화하고 번성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 설탕을 확 줄인 카카오 95프로의 쓰디쓴 돌연변이도 있다.  


면세점뿐 아니라 초콜릿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도 많다. 나는 그런 가게에 들어가서 초콜릿 구경하고 사진 찍은 것도 좋아한다. 갖가지 모양의 초콜릿을 보면서 무슨 맛일까 상상하는 게 꽤 재미나다. 우리나라에는 드물지만 한때 내가 자주 가던 스위스 초콜릿 전문점이 있었다. 주로 점심시간 후에 초콜릿 음료를 마시러 갔다. 내가 그곳을 가자고 하면 칼로리가 어쩌고 하면서 안 가겠다던 사람들이 막상 주문을 할 때면 초콜릿 케이크까지 시키곤 했다. 

내가 꽤 자주 가자 어느 날 사장님이 자기가 먹으려고 둔 건데 맛을 보라고 하면서 커다란 초콜릿을 쪼개 주셨다. 어쩔 때는 생 초콜릿 상자도 한통씩 주셨다. 단지 단골이라 주는 게 아니라 초콜릿을 꽤 좋아하는 것 같아 보여서 흔하지 않은 거니 맛을 보라고 주는 거라고 했다. 아마도 금융 중심가 빌딩의 매장 안에서 유리안에 진열된 초콜릿을 나만큼 애정을 가지고 들여단 본 어른 사람이 드물었나 보다. 


최초로 내가 초콜릿을 만난 건 동네 작은 가게에서였다. 껌이나 초콜릿이 진열대에 몇 가지 없었다. 더구나 나는 돈도 많지 않았다. 그저 한번 구경하는데 만족할 때도 많았다. 아프리카의 나라 이름이 상품명인 납작한 초콜릿이 유명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얇디얇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한 것은 도톰하고 안은 바삭거리는 초코바 타입의 초콜릿이 있었다. 그게 내가 어릴 때 가장 많이 사 먹은 초콜릿이다. 

간혹 집에서 어머니가 동그랗고 납작한 총 천연색의 초콜릿이 가득 들은 미제 초콜릿을 준 적이 있었다. 그건 가운데 땅콩이 들은 건 노란 비닐에 담겨있고 아무것도 안 들은 것은 밤색 비닐에 들어 있었다. 나는 땅콩이 들지 않은걸 더 좋아했다. 그 초콜릿을 작은 나무 그릇에 쏟아 담으면 보석보다 아름답게 반짝였다. 색은 여러 가지였지만 딱딱한 겉이 녹으면 안은 다 같은 맛의 초콜릿이었다. 먹고 나면 혓바닥이 갖가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 납작하고 동그란 초콜릿은 나중에 초코칩 쿠키 안에도 들어가서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동그랗고 커다란 쿠키 안에 형형색색의 초콜릿이 박혀있었다. 평범한 초코칩 쿠기라면 검고 작은 초코가 박혀있어서 눈에 확 띄지 않았는데 총천연색의 엠사의 초콜릿이 박혀있으니 눈에 확 띄었다. 엠사의 초콜릿은 그 자체로 초콜릿을 대표한다. 더구나 쿠키와 합쳐져 있으니 말이 필요 없는 마케팅이었다.

    

나폴레옹의 군대인지 아니면 그냥 프랑스의 군대인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아프리카 어딘가를 전쟁 때문에 헤매고 다니다가 지쳐 스러질뻔했다. 그런데 카카오 열매를 먹고 기운이 나서 다시 행군을 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카카오를 수입하기 시작하고 초콜릿으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먼 나라이웃나라라는 만화를 보다가 얻은 상식인데 이 기억은 오로지 몇십 년이 지난 내 기억이라서 맞는지는 잘 모른다. 그렇게 아주 오래전 보았던 만화의 상식으로 카카오가 초콜릿의 원료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카카오가 그렇게 쓴 맛인지는 미처 몰랐다. 

설탕이 몸에 안 좋으나 카카오는 몸에 좋다. 그래서 설탕이 안 들어가고 카카오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먹기 시작했다. 너무나 쓰지만 건장에 좋다고 하니 달콤하던 초콜릿은 잠시 잊어버렸다. 카카오가 듬뿍 들어간 건강한 초콜릿은 모양도 기대감이 하나 없는 그냥 납작한 벽돌의 모습이었다. 건강에 좋다고 하니 설렘은 접어 두었다. 초콜릿이 아니라 그건 카카오였다. 초콜릿이 주는 설렘이나 흥미로움 또는 달콤함이 하나도 없었다.


카카오와 초콜릿이 구별이 되면 재미는 떨어지고 기능만 남는다. 초콜릿만 변화하고 진화한 줄 알았다. 하지만 변한 건 나였다. 초콜릿이 주는 설렘은 사라져 가고 건강이 먼저 생각난다. 내가 재미없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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