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네

나는 서울을 사랑합니다

by Som

이사를 많이 다녔다. 첫 이사는 중학교 1학년 때였다. 나고 자란 총면적 2 제곱킬로미터가 조금 안 되는 조그만 동네를 벗어나 서울 내의 더 작은 시골마을로 이사를 왔고, 그 이후로도 두세 번 더 이사를 다녔다. 3년 전 정착한 이 동네는 지금까지 살았던 동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적당히 번화가와 가깝고, 적당히 자연 친화적이며, 적당히 평화롭고 안전하다. 아파트 뒤로는 실개천이 흐르고, 교통이 불편하긴 하지만 30분만 버스 타고 나가면 번화가가 있으며 아파트 단지 내에는 어린아이들의 꺄르륵 거리는 웃음소리가 생기를 채운다.


일 때문에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오히려 나의 동네 사랑은 더 깊어졌다. 동네에서 더 나아가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이란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장소는 사람들의 기억과 재현을 통해 나타납니다. 서울이라는 장소는 굉장히 다층적이고 다면적이기에 천만의 거주민, 오천만의 한국인, 그 이상의 외국인들에게 각기 다르게 기억될 것입니다.


N 년 전 서울의 모 회사에 지원할 때 썼던 자기소개서 초입의 일부이다. 필기시험에서 장렬하게 탈락했으나, 나름 서울이란 도시의 다면성을 고찰하며 쓴 자기소개서로 기억한다. 서울의 면모는 굉장히 다양하다. 길 가다 지나가는 사람들, 그들의 표정, 패션, 걸음걸이, 더 나아가 라이프스타일, 생활패턴, 그들의 사고까지 다양하다.


금요일 밤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셔틀버스에서 내린 후 지하철을 탈 때면 비로소 숨통이 트인다.

금요일 밤 9시에 강남행 신분당선 열차를 탄 승객들의 특질이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익명성을 가질 수 있다. 소위 말해 튀지 않는단 얘기다. 열차 한 칸의 승객들 30명의 특질이 전부 다 다르다면 어느 한 명이 지나치게 눈길을 끌 이유도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런 익명성이 좋았다. 주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가끔은 서늘하게 느껴질 만큼.





지난겨울의 평일,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인도에 사람이 서 있길래 차임벨을 쳤다.
"누구야? / 아~ 위층 XX부서의 OO담당 직원이네"라는 말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직장은 인구 9만의 소도시에 위치해 있다. 큰 회사나 공장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이외엔 전무하며, 특유의 산업이랄 게 존재하지 않고 농업과 소소한 관광업에 의존하는 그런 소도시이다. '시내'는 총면적 1 제곱킬로미터 남짓의 공간이며, 그 공간에서 혹여나 회사 사람을 마주칠까 이야기를 터놓고 하지 못한다. 회사 욕이라도 할라치면 꾹꾹 참거나, 주위를 항상 확인해야 한다. 회사 사람뿐만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조심해야 한다. 지난번에 간 음식점 사장님은 회사 사장님과 전무님의 근황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한마디로, 익명성이 없다.


지방살이의 어려움은 참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의 경우는 익명성이 없다는 점이 제일 견디기가 어려웠다. 어디를 가나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으며, 그 때문에 '나는 이방인이며, 나는 여기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떠날 것이다'라는 느낌이 1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퇴색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퇴근 후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더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



지금도 우리 동네의 조그맣고 예쁜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테라스에 있지만, 그래도 나는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 동네와 서울을 사랑한다.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밤까지만 살아있는 주말형 인간이 된 기분이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혹은 한국 땅의 모든 직장인이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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