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는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닐까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 '숲 속의 작은 집' 등 시골에 틀어박혀서 자신만의 안정을 찾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다. 칼럼니스트들은 현대인들이 너무 치열하게 살기 때문에 외부와 단절되어 수많은 '연결'을 끊고 지친 자아를 회복하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2년 전 봄에 속초의 한 절로 템플스테이를 간 적이 있다. 막 인턴을 시작했을 때라 본격적인 여행을 가기엔 부담이 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잡생각이 너무 많아져서 고요한 공간에 스스로 고립되어 시간을 느긋하게 보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듯하다. 결과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템플스테이의 목적은 거의 달성되었다. 스마트폰은 그 기간동안 반납했으며, 나름 규모 있는 산사 내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색을 하거나 (주로 파도치는 걸 보며 멍을 때렸다) 108배를 하며 염주를 꿰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스님과 대화도 하고, 같이 간 친구와 더 내밀한 대화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1박 2일의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오히려 정식 직장인 신분인 지금보다 그 때가 더 바빴던 것 같다. 인턴 신분이라 일도 주어지지 않았는데 직장에서 있는 8시간이 가득 차있었고, 팀장님도 무서운 분이고 팀내 분위기도 하하호호 웃으며 일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던지라 8시간 내내 긴장했다. 인턴 신분에서 보기에 그 팀의 대리님, 차장님, 팀장님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며 직업정신이 있고, 최소한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나도 자극을 받아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해외 파견을 준비하고, 그 다음 취업을 준비했던 듯하다. 그래서 정신적 소모가 더 컸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다. 그래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고립된 장소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은 더 이상 고립과 자연이 매력적이지 않다. 도입부에 언급했던 예능프로그램의 인기 현상이 귀농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같은 맥락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골에 살다보니 이전에는 당연하게 느꼈던 도시의 편리함과 번잡함이 그립고 오히려 '고립'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다.
고립의 공포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대다수의 한국 직장인의 삶과 동떨어진 삶에 대한 공포다. 뒤쳐지는 삶에 대한 공포다.
얼마전 교육 기회가 있어 서울에서 3일간 직무교육을 들었다. 둘째날에는 취준생 시절 즐겨찾던 스타벅스에서 11시까지 웹서핑을 했다. 저녁이 되어도 북적이는 사람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회식을 마치고 2차로 커피를 마시는 듯한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 그 중 인상적이었던 사람들은 널따란 원목 테이블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읽거나 적는 사람들이었다. 정장차림이었으니 대학생은 아닌거 같고, 직장인 같았는데 평일 밤 스타벅스에서 뭘 그리 열심히 공부하는지..
그것이 살아남기 위해서 더욱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서울의, 사기업 직장인의 삶인가 싶었다. 그들은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의 성향 때문인 걸까.
삼일차 교육에서 미래학을 가르치는 외부 강사는 말했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배우고, 소비, 생산, 기술의 메가트렌드를 파악하고 따라가야 한다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기에, 혹은 그럴 필요가 없기에 불안하다.
그리고 주위에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고, 상사들도 치열하지 않게, 물흐르듯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 본보기를 삼을만한 인물이 없다.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30~40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