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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Oct 22. 2024

운명이 다할 때까지 견디는 것인데도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의 <Demon>을 우연히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다. 오랫동안 기억에서 잊힌 곡이었다. 한때 나는 이들의 많은 곡 중에서 유독 이 곡을 좋아했다. 듣고 나면 가슴에 막혀 있는 무언가가 풀려나가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오늘 아침, 이 곡을 들으며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16>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읽었다.  



사랑은 시간의 어릿광대가 아니기에... 

사랑은 짧은 세월에 변하지 않고

운명이 다할 때까지 견디는 것


만일 이것이 틀렸다면,

그렇게 밝혀졌다면

나는 글을 쓰지 않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을 것을.



사랑은 변하지 않고 끝까지 견디는 것인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사랑에 실패한다.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이 이 모든 상황의 피해자라고 오해하면서 점점 상대에게서 멀어진다. 다투고 오해하며 서로를 밀어내는 과정에서, 사랑은 그 빛을 잃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자신의 고통만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아픔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사랑이 설자리를 잃는 것이다. '운명이 다할 때까지 견딘다'는 말은 이제 셰익스피어의 글에나 남아 있는 문장이 되어 버렸다. 


누구도 더 이상 견디지 않는다. 그런 우리들에게 운명을 운운하는 것조차 어쩌면 사치일지도. 셰익스피어의 이 문장이 불멸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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