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출신의 아르보 페르트(Arvo Pärt), 그는 미니멀하면서 종교적인 색채가 어우러진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한 현대 음악 작곡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4년에 나온 그의 대표곡인 'Spiegel im Spiegel'은 영화 <그래비티>의 예고편에 사용되기도 한 명곡으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금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이 즐겨 듣는 음악이라고 해서 주목받고 있다. 이 곡은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하기에 이상적인 곡이다.
아르보 페르트의 이력 중에서 특히 인상적인 점은, 자신의 음악이 인간의 영혼과 감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8년간 창작을 중단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별생각 없이, 그저 하루하루 자신을 소모하기에 급급한 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음악가가 자신의 본업인 음악을 무려 8년이나 중단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내가 하는 일이나 내가 보내는 시간 속에 내 영혼과 감정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종교가 없더라도 가을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색하게 되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게 된다. 그러기에 이 계절만큼 좋은 시간도 없다.
비록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 속에서 보석 같은 순간을 발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르보 페르트의 음악과 함께 그런 순간을 발견하며 하루하루가 보내고 싶다. 참고로 한강 작가는 전에 소개한 악뮤(AKMU)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도 언급한 바 있다. 이 곡 역시 가을에 듣기 좋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