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는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고백한 바 있다.
"새로운 소설을 시작했는데 글이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벽난로 앞에 앉아서 작은 오렌지 껍질을 쥐어짜 불길 언저리에 떨어뜨리며 푸른 불꽃이 타닥타닥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그리고 일어서서 파리의 지붕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걱정하지 마. 항상 글을 써왔으니 지금도 쓰게 될 거야. 그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써 내려가기만 하면 돼.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이면 돼.'
그러면 마침내 진실한 문장 하나를 쓰게 되고 그 순간부터 글이 다시 풀리기 시작한다. 그 후에는 모든 것이 수월해진다. 내가 알고 있거나 누구에게 들었거나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진실한 문장 하나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장황하거나 뭔가를 과시하려고 애쓰는 대신, 복잡한 무늬와 장식들을 잘라내고 처음에 썼던 가장 단순하고 진실한 문장 하나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헤밍웨이는 글을 쓰면서 ‘①정직하고 진실하게 쓸 것, ②비유와 수식어를 남발하지 말 것, ③생략과 압축의 묘미를 살릴 것, ④돈벌이를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말 것, ⑤정치 색을 드러내기보다 글쓰기 자체에 충실할 것’을 신조로 삼았다.
헤밍웨이 역시 글이 막힐 때가 있었고,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아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태도)와 진실한 문장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방향)였다. 작가에게 진실한 한 문장이 전체 글을 살릴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인 것처럼,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힘이 부치는 상황에 직면하면, 정직한 글을 쓰기 위해 고민했던 헤밍웨이의 고민을 떠올리곤 한다. 중요한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느냐, 즉 바른 자세와 곧은 시선이다.
그런데도 나는 종종 상황에만 매몰되어 정말 봐야 할 것을 놓치고,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리곤 했다. 마음가짐 역시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헤밍웨이의 이 글을 다시 읽으며, 단순하고 진실한 방향으로 내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런 헤밍웨이의 글쓰기 철학은 그의 작품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기자가 그에게 얼마나 자주 글을 다시 쓰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매일, 이전에 멈췄던 지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다시 쓸 기회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하죠.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페이지는 서른아홉 번을 다시 쓰고 나서야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이러한 끊임없는 노력의 산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