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보다 날씨가 부쩍 추워졌지만, 아직은 가을이다. 가을의 끝자락, 어디를 둘러봐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천천히,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면 눈에 들어오는 장면마다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태주 시인도 <풀꽃>이라는 시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문제는 우리의 시선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산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의도적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그것도 자세히, 무엇보다 오랫동안. 하지만 욕망과 욕심에 사로잡히다 보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기 쉽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 한번 지나간 것은 다시 붙잡을 수도 없다.
지난 시절, 과거에 발목이 잡힌 채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버렸던 내 모습이 떠나가는 가을과 함께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