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친구 또는 전 연인 그리고 가족 등 친척을 만났을 때, 과거에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무엇보다 사람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느꼈던 감정은 더 이상 되찾기 어렵다.
함께 살아온 부부가 서로에게 애증을 느끼면서도 닮아가는 이유는, 시간이 주는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온갖 인생의 풍파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 동안 변함없이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삶이 쓸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부재의 시간 때문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철우 작가의 단편소설 <동행>에는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느끼는 주인공의 이 서먹한 감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보내고 맞은 2025년 새해, 새해가 되면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 지난해를 잊을 것이다.
"차장 너머 멀리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문득 너와 나를 떼어놓았던 지난 일 년 반의 시간과 그 마디 끊긴 시간의 한쪽 끝을 저마다 손가락이 감아쥐고 다시 되돌아온 지금의 우리 둘을 생각했다. 그래. 우리는 어쨌든 다시 만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아님을 서로가 깨닫고 있었다. 전장으로부터 돌아온 귀환병처럼 우리는 여전히 우리였으나, 또한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실로 까마득하게 오랜 세월같이 여겨지는 일종의 진공상태와도 같았다.
너와 나 사이에는 거대한 협곡이 밑도 끝도 가늠하기 어려운 깊은 아가리를 벌린 채 존재하고 있었고, 그 양쪽 벼랑 끝에 마주 서서 우리는 이 순간 아찔한 절망감과 당혹감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곁에서 어깨를 바싹 붙이고 앉아 있는 네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좀체 지워지지 않고 있는 그 서먹한 느낌이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온 것인지를 따져보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