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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by 서영수

'어떻게?'에 대한 답이 생략된 충고는 공허하다. 공감이 가긴 하지만, 마치 자기계발서를 읽는 느낌이랄까. 좋은 말이 넘쳐나는 책을 아무리 읽어도, 영성이 깊은 목사님의 아름다운 설교를 들어도 그때뿐인 것은, 그 말들이 담고 있는 교훈을 나에게 구체적으로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세월의 검증을 통과한 불멸의 소설을 읽으며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언행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것이 더 나을 때가 많다. 내 삶과 동떨어진 충고나 교훈은 울림을 주지 못하고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주로 읽는 책들도 문학작품인 경우가 많다.


요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슌킨 이야기>를 읽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나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슌킨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슌킨에게 평생 헌신했던 제자 사스케가 되긴 어려울 것 같고. 작가가 창조한 슌킨은 책 속에도 있었고, 작가가 살았던 그 시대에도 있었고, 지금 여기에도 있다. 그게 바로 세월을 뛰어넘은 소설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진정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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