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씨름을 그만둔 건 참 잘한 일이야, 하고 사내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여자와는 그다지 싸움을 하지 않았다. 그가 사랑했던 다른 여자들과는 싸움이 너무 잦아서 부식 작용처럼 언제나 그들이 서로 공유하고 있던 것까지 갉아먹곤 했다. 그는 너무 많이 사랑했고,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고,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마모시켜 버렸던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나오는 글이다.
사랑하면 싸우지 않을까. 글쎄? 사랑한다고 꼭 의견이 맞는 것도 아니고 취향이나 성향 그리고 생각이 같을 수도 없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다툼은 피할 수 없다. 그 다툼을 상대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관계가 건강해진다. 그러나 다툼이 잦아 자칫 감정싸움으로 확대되면 관계가 틀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실망도 커지기 마련이고, 그 실망이 쌓이면 함께 했던 좋은 시간들마저도 끔찍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작은 차이가 관계의 본질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