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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오늘의 쉼표 한 잔의 커피

by 서영수

언젠가 피곤할 때, 신문에서 본 글이 떠올랐다. 대체로 이런 취지였다. "진한 커피로도 마음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그건 당신의 몸이 말을 걸고 있는 겁니다. 반복되는 하루와 지루해진 일상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잊지 마세요. 인생은 결코 리필되지 않습니다."


커피도 마치 음료수 마시듯 어떤 목적을 위해 마시다 보니,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음미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결과 삶의 여유까지 함께 잃어버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깐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실 여유가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번역가 박산호도 이렇게 말했다.


종종 끼니를 건너뛰고, 커피를 연료처럼 몸에 쏟아부으며 잠을 쫓고, 지옥 같은 스케줄에 맞춰 허겁지겁 뛰어다니는 사람을 보면 다가가 말하고 싶다. "밥은 먹고 다녀요? 오늘은 쉽지 않더라도 꼭 다섯 시간 이상 푹 자요. 가끔 눈을 감고 멍도 때려야 해요. 우리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해요."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지금 마시는 커피를 다시는 마실 수 없을지 모른다. 커피는 시간과 공간, 내리는 방식, 물의 온도, 원두의 종류 등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 마시는 커피 한 잔이 소중한 이유이다. 지금 마시는 커피를 두 번 다시 경험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는 천천히 마셔야 한다. 커피 한 잔이 각박한 삶에서 여유를 찾게 해 주는 것은 바로 그런 시간 덕분이다. 커피 한 잔을 통해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때로 잠시 멈추어서 나 자신과 지금까지 걸어온 삶의 길을 돌아보는 것, 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곧 있으면 주말, 밖은 눈발이 휘날리고 있다. 오늘 하루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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