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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

by 서영수

일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원고의 첫 행을 쓰는 것은 절체절명의 체념을 하고 난 다음이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대작가의 고백이라니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이 하는 일과 삶에 절망해 보지 않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있었으니, 그는 정직한 사람이었음에 분명하다. 그런 사람이었기에 아름다운 문장과 소설을 쓸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부족함을 알아야 우리는 완전함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이 고백을 접하고 나는 과연 무엇에 절망했었는지 돌아보았다. 자주 절망하고 힘들어했지만, 과연 무엇 때문에 그랬었는지 부끄러웠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절망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절망의 이유일 테니까.


절망스러운 상황에 있어도 그 속에 희망이 있는 것은, 자신의 실상을 볼 수 있어야 비로소 새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지난겨울을 그리워하는 것처럼,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은 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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