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내가 쓴 글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호감을 얻기 위해 애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내 글을 읽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응했는지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그것이 글쓰기의 목표도 아닐뿐더러, 이제는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 애쓰는 일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또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를. 부조리한 현실 앞에서 그런 기대와 노력이 얼마나 헛되고 덧없는 일인지를.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결코 타협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신념' 같은 것이 있었다. 오랜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19년 9월 중순 어느 날, 블로그에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로 하면서 다짐했던 ‘초심’이다.
'무미건조하고 덧없이 흘러가는 이 삶에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는 것.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물을 글로 옮기는 것. 먼 훗날 이 시간을 돌아볼 때 그 글들을 다시 읽으며 지난 삶을 추억하며 각오를 다지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글쓰기를 통해 상처와 상실의 감정을 치유하고 주어진 삶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 그것이 나의 초심이었다.
여러 해가 지난 지금, 다행스럽게도 그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처럼 글을 잘 쓰지 못한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내 마음의 결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더 이상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쉽게 써지지 않는다. 무언가 쓰려면 그만한 이유와 무게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진 않았을 거다. 그만큼 내 글에 대해, 그리고 내 삶에 대해 더 깊은 책임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1년 전 오늘', '2년 전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종종 읽는다. 글을 읽으면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어 새삼 놀라기도 하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조용히 견주어보기도 한다. 서툴렀던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때와 달라진 내 생각과 태도에 뿌듯할 때도 있다.
지금도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쓰지 않으면, 그날 잠자리에 들 때 마음이 무척 공허하다.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고,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삶의 방향을 다시 재정비하는 것, 나에게 글쓰기는 그런 힘을 지녔다. 그런 의미에서 내 글의 첫 번째 독자는 언제나 나 자신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흔들리고 상처 입은 나를 다시 끌어안아, 조금 더 단단하고 단아한 삶을 살아가게 하는 나만의 리추얼이다. 따라서 내 글은 내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자 이정표이자 나의 분신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