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유를 따지며 살았다.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면 '도대체 왜?'까지 되묻곤 했다. 하지만 그 물음에 뚜렷한 답을 얻은 경우는 드물었다. 겨우 찾아낸 답조차 정말 맞는 답인지 알 수 없었다.
살면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문제는 애초에 정답이 없다. 그런 일들 앞에서 '왜?'라는 질문은 당장은 무력하고 심지어 무의미해 보이기도 한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받아들이는 편이 더 현명할 수 있다. 때로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 이유가 드러나기도 한다. 그것은 애초에 따져 묻기보다, 겪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삶은 늘 예측을 벗어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 순간마다 절실히 느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이 얼마나 허망하고도 쓸모없는 시간 낭비였는지를. 받아들지 못한 채 질문만 붙잡고 있으면, 오히려 삶이 더 무거워질 뿐이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면 결국 하게 될 것이고, 가야 할 길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리로 향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때는 왜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어쩌면 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실은 문제를 외면하거나 거절할 명분을 만들기 위한 핑계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유를 구하는 척하면서,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인생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일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그래서 결국은 받아들이고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당장은 불합리해 보이던 일이 시간이 지나 뜻밖의 이익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지금은 빛나 보이던 선택이 뒤늦게 무의미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배웠다. 미래를 예측하고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마음, 그 자체가 가장 교만한 태도라는 것을. 그리고 물 흐르듯 살아야 한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