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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을 겁내고 있었다

by 서영수

어쩌다 보니 기요아키가 열다섯 살이 된 삼 년 전의 음력 17일 밤이 화제에 올랐다. 그것은 음력 8월 17일 밤 정원에 새 대야를 놓고 거기 담긴 물에 달을 비추어 공물을 바치는 오랜 관습이었는데, 열다섯 살을 맞는 여름 그날의 밤하늘이 흐리면 평생 운이 나쁘다고 한다. (...)


이미 이슬이 내리고 벌레 울음소리가 가득 찬 잔디 한중간에 물을 채운 새 대야가 놓여 있었고, (...) 밝은 색의 노송나무 판목으로 만든 대야의 테두리. 거기서 이 세계가 끝나고, 거기서 다른 세계의 입구가 시작되고 있었다.


자신의 열다섯 살을 축복하는 길흉이 걸려 있는 만큼 기요아키에게는 그것이 이슬 젖은 잔디 위에 발가벗겨져 놓인 자기 영혼의 형상으로 느껴졌다. 그 대야의 테두리 안쪽에서부터 그의 내면이 열리고, 테두리 바깥쪽에서는 외면이....




얼마나 기다렸을까. 갑자기 대야에 담긴 물속의 굳어 버린 듯 모호한 어둠이 마침내 깨어지고 작고 또렷한 보름달이 물 중앙에 확실히 깃들었다. "다행이야. 이 아이는 운이 좋구나."


그러나 기요아키는 하늘에 걸린 달을 직접 올려다보기가 두려웠다. 둥근 물의 모습을 한 자신의 내면 깊숙이, 아주 깊은 곳에 금색 조가비처럼 가라앉은 달을 보고 있었다. 이리하여 마침내 개인의 내면이 하나의 천체를 포획했다. 그의 영혼의 포충망이 금빛으로 빛나는 나비를.


그러나 그 영혼의 그물코는 성기니, 한번 붙잡은 나비는 곧바로 다시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열다섯 살의 그는 벌써 상실을 겁내고 있었다. 얻기가 무섭게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 소년의 성격을 특징지었다. 한번 달을 얻은 이상 앞으로 달 없는 세계에 살게 된다면 그 공포는 얼마나 클 것인가. 설령 그가 그 달을 미워한다 하더라도....



<미시마 유키오 ㅡ 봄눈, 51 -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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