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비가 세차게 오는 아침이었다. 전날부터 내리던 빗줄기는 그날 아침, 더 굵고 거세졌다. 장마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다. 이상하게 비는 꼭 출근 시간에 더 심술을 부린다. 우산을 펴도 소용없는 날. 빗물로 바지는 젖고, 지하철 안은 축축한 우산을 가진 사람들로 뒤엉켜 더 혼잡스럽다. 사람들 틈에서 나도 눅눅하게 젖어간다.
비 오는 날이면, 유난히 출근하기 싫다. '회사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더라'는 말은 언젠가 한 번쯤 해보고 싶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비에 젖은 건 거리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표정도 비에 젖은 듯, 무거워 보인다. 그 이유가 단지 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덥고 습하고, 그 위에 쏟아지는 비까지, 누구라도 지칠 수밖에 없다. 문득 창밖을 본다. 풍경이 위로가 되는 날도 있지만,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그조차도 짐이 된다.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는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들어온다고 해도, 그건 위안이 아니라 또 다른 부담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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