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 출근길.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역, 별 표정 없이 굳어있는 얼굴들, 무거워 보이는 발걸음. 아마 나도 그랬을 것이다. 무더위와 하루하루 반복되는,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활력을 잃고 무기력해진 탓이리라.
출근 시간에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오고 간다. 간혹 나이 든 사람들이나 외국인들도 보이지만 주류는 아니다. 문득 나는 어느 축에 속할까 의문이 들었다. 아마 그들이 보기에는 나이 지긋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을까.
나이를 잊고 살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지금의 나이를 의식하면서 왠지 허무함이 밀려왔다. 인생무상이라더니... 불편한 곳이 하나둘 생기고, 예전처럼 활력 있게 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든 건지도 모르겠다. 무심하게 흘려보낸 많은 시간들과 감동을 잃어버린 삶이 겹쳐 보였다.
언젠가 들었던 말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놀라지 않게 돼. 웬만한 일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잘 몰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바로 삶이 주는 무덤덤함을 말한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현상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안 그러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을 삶으로 경험했기 때문일 거다) 어떤 감동도, 분노도 크게 일지 않는다. 그런 태연함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 살아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제는 이런 태연함이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건전한 둔감함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다양한 현상과 주변 사람들의 고통에 눈을 감는 무기력한 무관심이다. 전자는 생존을 위한 지혜라면, 후자는 삶의 활력을 죽이는 독이다. 모든 것에 일일이 예민하게 반응하면 하루도 버티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는 것도 온전한 삶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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