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펜슬 뚜껑이 사라졌다.
언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주변을 아무리 살펴봐도 찾을 수 없었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없으니
샤프심이 빠지고 손끝이 어색하다.
불편하면서도, 이상하게 아쉽다.
새 샤프를 사면 금세 잊히겠지만,
오랜 시간 손에 익은 그 감각만큼은
새것이 대신할 수 없다.
사람도 그렇다.
함께 있을 땐, 서로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모른다.
서로의 실수를 덮어주고, 불편함을 지워주면서
조금씩 모난 부분이 닳아간다.
그때는 몰랐다.
그게 서로를 위해 애쓴다는 뜻이라는 것을.
어느 날, 연락이 끊기고
그 사람의 빈자리가 문득 눈에 들어올 때
비로소 깨닫는다.
그 사람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글쎄...
사람의 인연이란 것도 때가 있으니까.
어쩌면 그때 고마웠다고 말할 기회조차
이젠 없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