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검사로 부산에서 근무할 때 오랜 시간에 걸쳐, 때로는 버겁게, 때로는 뜻밖의 공감 속에서 읽은 책이 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다.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는 몇 장 읽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해 겨울, 부산 해운대 관사에서 이 책과 씨름해야만 했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서도 주인공 플로렌티노 아리사의 사랑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세상에 보기 드는 사랑을 한 남자에 대한 감동(평생을 한 여인을 사랑했다는 점에서)이나 부러움(결국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는 점에서)의 문제라기보다, 내가 아직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 또는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감히 판단할 자격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평생 잊지 못한 채 그리워하다가, 늙어서 그 대상을 다시 만나 결국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 이 서사를 마주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단순했다.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꾸고, 사람은 그 시간을 견디며 변한다. 사랑의 대상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면 그는 무엇을 사랑해 온 것일까. 한 사람인가, 한 시절인가, 아니면 기억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어떤 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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