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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Aug 21. 2022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Mimi Webb / Good Without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는데, 그 사람이 나 없이도 잘 살고 있으면 기분이 어떨까? 도대체 저 사람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는지, 나는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아무 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안 그래도 속상한데 더 속상해지지 않을까. 오늘 포스팅한 곡을 만든 가수가 그런 상황이었다.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미미 웹(Mimi Webb)의 <Good Without> 가창력이 뛰어난 편이 아니라는 평도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 그녀의 독특한 목소리에 반했다. 안정적인 음역대 내에서 맴도는 잘 정돈된 듯한 느낌을 주는 보컬이 인상적이다. 아델(Adele)처럼 가창력이 압도적이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물론 그 이유만으로 이 곡을 듣게 된 것은 아니다. 노래 잘하는 가수나 좋은 곡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이 곡이 만들어진 배경까지 알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그녀가 이 곡을 만든 것은 얼마 전 헤어진 남자 친구 때문이었다.


흔하디 흔한 일인데 그게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흔한 일이라는 것과 그런 상실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힘들면 뭔가를 할 의욕조차 생기지 않지만 그때만큼 무언가를 해야 할 때도 없다. 그녀는 음악을 함으로써 힘든 상황을 극복한 것이다.


하물며 자신이 느낀 상실감을 곡에 담아 많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 주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녀에게도 그렇게 됐을 거라 믿는다. 이 곡은 영국 싱글 차트 8위까지 올라갔고, BBC Sound of 2022 후보로 선정되었다.


그녀는 말한다. 남자 친구가 더 이상 자신과 함께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좋았던 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그녀가 남자 친구와 헤어지지 않았어도 이 곡을 만들었을지 의문이지만, 만들었어도 곡의 분위기와 가사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거다.


아무튼 그녀의 복잡한 심정은 그대로 가사가 되었다.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키면 슬픔도 때로 자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곡처럼.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_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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