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영수 Jun 23. 2021

자신을 견뎌내기 위해

줌파 라히리의 글 쓰는 이유

1967년 영국 런던의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줌파 라히리(Jhumpa Lahiri)는 미국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녀는 2000년 <축복받은 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존재의 신비를 탐구하고,

자기 자신을 견뎌내고,

자기밖에 있는 모든 것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견디기 위해 글을 쓴다는 작가의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글 쓰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걸 통해 자기 자신을 견딘다니, 그게 가능할까, 의문이었다.


한때 내게도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무엇을 하면서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그때뿐이었다. 더 집중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보다 먼저 고민했던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둔해서 그런지 읽었던 책들에서 뚜렷한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알 거 같다.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답이라는 것을. 정신의 힘을 키우면 자연스럽게 살아갈 힘도 얻어진다는 것을. 특히 어려운 책을 읽기 위해 필요한 인내하는 힘으로 나를 견뎌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검사를 그만둔 후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게 글쓰기 역시 나 자신과 내가 처한 상황을 견디기 위함이었다. 글쓰기는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을 읽는 거나 글 쓰는 것 모두 혼자서 끝까지 감내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그래서 이제는 자기 자신을 견뎌내기 위해 글을 쓴다는 작가의 말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가장 가까우면서 잘 지내기 어려운 존재가 바로 자기 자신이다. 교만에 빠져 있든, 자기 비하를 하며 살든, 모두 자신과 잘못 지내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자신과 잘 지내고 더 나아가 그런 나를 견뎌내는 것은 어렵다.


‪내면이 강한 사람만이 자기 자신을 견뎌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내면을 강하게 할 수 있을까? 정답은 없지만, 먼저 마음에 담겨 있는 불필요한 감정의 찌꺼기 즉 걱정, 불안, 미움, 원망 등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감정들이 나를 지배하는 한, 뭘 하려고 해도 제대로 할 수 없다. ‬


일을 하는 목적과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녀처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를 견뎌내기 위한 방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일’ 자체를 견디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살기가 힘든지도 모르겠다.


이제부터 나를 견디기 위해 일을 하면 어떨까. 통제불능인, 마음 하나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나 자신을 견디기 위해서.

꽃은 활짝 핀 순간이 아니라,

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가장 아름답다.


<줌파 라히리>

매거진의 이전글 빈센트 반 고흐의 고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