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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Jun 25. 2021

내 안의 생각들과 싸우다

폴 오스터/거대한 괴물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과 언쟁할 일이 있다. 특히 있지도 않은 사실로 비난을 받으면 감정이 격해진다. 그때는 먼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냥 참으면 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그러고 나니 기분이 별로다.  나와의 싸움에서 졌다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기분이 항상 좋을 수는 없다.  좋은 기분은 발로 차 버려야 한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좋은 마음이  때도 마찬가지다.  마음 상태부터 점검해야 한다. 언제나 내가 문제였으니...




폴 오스터의 <거대한 괴물, 원제 Leviathan>에 나오는 주인공 삭스에 대해 작품 속 화자(피터 아론으로 삭스의 친구이다)는 이런 평가를 한다.

 

"그는 경쟁적이 아니었고,

자기의 명성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았고,

자기에게 재능이 있다고 우쭐대지도 않았다.


내가 그에게 가장 끌렸던 것들 중의 하나는

순수한 야망과

일에 접근하는 방식에서의 절대적인 순수성이었다."



야망이 순수할 수 있는가? 일을 할 때 절대적인 순수함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는데 우쭐대지 않을 수 있을까? 들었던 의문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다. 그걸 초심이라고 한다. 시작은 겸손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가졌던 순수함, 겸손한 자세는 현실에 깎이고 마모된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 보면 초심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않는데, 나만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런 의문과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초심을 잃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게 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장 자크 루소는 그의 책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남에게 정당해야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는 진실해야 하며, 이는 성실한 인간이 자신의 존엄성에 마땅히 표해야 할 경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삶의 의미는 더하고 욕심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즘,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진실해져야 한다고.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처음 가졌던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물론 쉽지 않다. 바쁘게 살다 보면 생각 없이 살게 될 때가 많은 데 어떻게 초심을 기억하고 유지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인간이 존엄한 것은, 잘못된 길을 갈 때 고민하고 돌이킬 줄 알기 때문이다. 어젠 잠자리가 편치 않았다. 스스로 무너지면 답도 없는데...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했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걸 그렇게 강조하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봤기 때문이다."


<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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